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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왜 대한민국 국보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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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사 김정희 작 세한도(歲寒圖).

오두막집 한 채에 앙상한 가지의 나무 몇 그루가 전부인 세한도(歲寒圖)가 왜 대한민국의 국보가 되었는지 이해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국보라 하니, 남들이 좋다고 하니 좋은가 보다’라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원숙하고 화려한 작품과 다른 단순하고 부족해 보이는 작품이 국보 제 180호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증조할머니는 영조가 지극히 사랑한 화순옹주였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면서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글씨 잘 쓰는 천재소리를 들었다. 24살 되던 해 아버지를 따라 청나라에 가서 당대 최고의 학자 옹방강(翁方綱) 등과 교류를 하였다. 금석학에 몰두하여 조맹부, 소동파, 안진경 등의 서체를 익혀 독창적인 필체를 만들었다. 서투른듯하면서도 맑고 고아한 추사체를 완성한 것이다. 그의 명성은 조선 뿐만이 아니라 청나라에서도 ‘해동제일’이라는 칭송을 들었다.

 

55세 되던 해 정치적 탄압으로 제주도로 유배되었다. 가장 큰 죄인을 가두는 가시나무로 울타리로 만든 배소에 위리안치 받았으니 어려움을 모르고 살던 추사에게 유배생활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이다. 친한 친구 김유근이 죽고, 사랑하는 아내와도 사별한다. 친구들이 그를 멀리할 때 변함없이 대해준 이가 제자 이상적(李常迪)이었다. 통역관인 이상적은 중국을 다녀올 때마다 좋은 책을 구해 제주도로 보내주었다. 특히 ‘경세문편(經世文編)’이란 귀한 책을 받은 추사는 무척 감격하였다.

 

북송의 소동파가 혜주로 유배되었을 때 어린 아들이 먼 곳에서 찾아왔다. 너무 기뻤던 소동파는 아들에게 '언송도'를 그리고 글을 써 주었다. 옹방강이 소장한 언송도 글을 보았던 추사는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그리고 글을 써 주었다. 작은 집에 기댄 굽은 소나무는 유배되어 어려운 생활을 하는 늙은 자신을, 그 옆 건강한 소나무는 이상적을 상징하였을 것이다. 떨어져 있는 두 그루 잣나무는 멀리서 바라만 보는 지인들 아닐까.

 

중심부분에 가옥과 나무 두그루로 무게 중심을 잡고 좌측 나무 두 그루로 작은 무게를 배치하고 좀 떨어진 오른편 세한도 글씨로 변화가 담긴 완벽한 구성을 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갈필로 삭풍이 부는 한겨울임을 나타내어 자신 주위의 삭막함과 이를 견디는 절개까지 담았다.

 

▲ 김영택 펜화가.

화면을 삼등분하고 그 사이 여백을 넓게 두면서도 불필요한 것을 일체 배제하여  의도하는 뜻의 뼈대만으로 모든 사연을 담았다. 해탈의 경지에 이른 추사의 대표작이 탄생한 것이다. 또 다른 종이에 칸을 치고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네. 그대가 나를 대함이 귀양 오기전이나 후나 변함이 없으니 공자의 칭찬을 받을 만 하다‘라는 글을 썼다. 세한도를 본 중국의 학자 16명이 앞 다투어 찬시를 썼고, 조선에서도 김석준, 오세창, 이시영, 배관기가 찬시를 더했다. 추사체는 말년에 제주도 유배지에서 완성이 되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간으로서, 예술가로서 정신세계와 예술세계가 정점에 다다른 것이다. 자신을 들어내던 자만심이 사라지고 예술정신의 골격만 남은 졸박청고(拙撲淸高)한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1840년 유배길에서 해남 대흥사에 원교 이광사가 쓴 대웅전 현판을 형편없다며 떼라고 하였으나 9년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도로 걸라’고 한 일화는 추사의 안목이 제주도 유배전과 유배후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게 해준다. '내가 최고'라는 자만심을 버린 해탈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추사의 생애와 작품들을 찾아보고 세한도를 분석하면서 펜화에서 추구해야하는 궁극적 목표를 생각하게 되었다. 참 멀고도 힘든 길이 될 것 같다.

 

*필자/김영택. 펜 화가. 펜화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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