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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거대한 배양접시'가 되어버린 일본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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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아베 총리.    ©브레이크뉴스

결국 일본의 아베 정권이 손을 들었다. 2020년 4월 7일, ‘인플루엔자대책특별조치법’에 따른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아베는 도쿄올림픽 개최에 대한 미련 때문에 시간을 너무 까먹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국을 강타하고, 이란,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로 퍼져나가고 있을 때도 아베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완전한 올림픽’개최만 부르짖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에 대한 일본 입국을 금지시키면서 우리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3월 24일 올림픽이 물 건너 간 후에도 아베는 무슨 까닭인지 느긋했다. 일본국민들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평상시처럼 만원 지하철을 타고, 쇼핑하고, 벚꽃놀이를 즐겼다. 

 

이해할 수 없는 일본만의 코로나19 대처법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의 바이러스 성공은 세계를 어리둥절하게(puzzled)만들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의 코로나19 대응법의 위험성을 분석했다. 

 

유행성 질병 전문가 제프리 셔먼(Jeffrey Sherman) 컬럼비아대 환경건강과학과 교수는 일본의 이러한 접근법이 ‘도박(gamble)’에 가깝다고 말했다. 셔먼 교수는 “수면 아래에서 뭔가 무르익고 있다는 것은 위험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과연 “수면 아래에서 뭔가”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봉쇄도 검사도 안 한 일본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저지할 수 있다는 오만은 금새 코로나 ‘오버슈트(폭발적 감염확산)’조짐으로 무너졌다. 

 

한국이 필사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두 달 동안 일본은 코로나 검사(PCR)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대책으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를 배양했다. 일본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한국이 50만 명 가까이 검사한 반면, 일본은 지금까지 5만 건도 검사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일본열도는 두 달 동안 배양접시가 되었다. 

 

봉쇄도 검사도 안 한 일본은 무슨 배짱이었던가?

 

이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일본 열도를 초토화 할 대재앙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고베대학 병원 감염증내과 이와타 겐타로(岩田健太郞)교수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도쿄의 확산세가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뉴욕의 초기 양상과 상당히 비슷하다. 도쿄가 제2의 뉴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베가 긴급사태를 선포하는 날 일본의 확진자는 5,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에 포획된 일본의 현실은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다는 느낌이다. 

 

긴급사태 발령 기간이 끝나는 5월 6일까지 일본의 확진자가 수 만, 수 십 만……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배양접시’라는 이름을 얻었듯이 일본열도는 더욱 ‘거대한 배양접시’가 되었고 이제 폭발만이 남았다. 

 

아베가 어떻게 이런 무모한 자충수를 놓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꼼수대왕 아베의 자충수

 

욕심이 많은 사람은 실수가 잦다. 실수를 한 사람은 그것을 덮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장기집권으로 욕심이 많아진 아베는 거짓말, 꼼수, 모르쇠의 대왕이다. 

 

일본의 ‘코로나19 재해’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입항 거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베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타고 있었던 크루즈선의 입항을 거부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2020도쿄올림픽 성공적 개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크루즈선이 일본 영해에 진입해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건 2020년 2월 3일 밤이었다. 그 배에는 3,711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2월 5일, 10명의 감염자가 확인된 후에도 일본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 크루즈선 내에 1,281명의 일본인들이 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일본 정부는 3,711명에 대한 전수조사, 하선(下船) 시점을 놓고 갑론을박만 계속했다. 후생노동성의 전수조사 주장은 아베의 정무적 판단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전수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배 안에 갇힌 사람들은 불안과 초조, 공포 속에서 2주간을 보내야 했다. 승객들은 “하루속히 하선해서 검사를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일본 정부는 묵살했다. 2월 14일까지 무려 21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래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코로나 바이러스 ‘배양접시’라는 이름을 얻었다. 인터넷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본정부의 격리 대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때까지 상황 판단을 못한 아베는 여전히 2020도쿄올림픽 성공적 개최의 미망에만 빠져 있었다. 아베는 국회에서 “승객과 승무원의 건강 상태 확인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한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꼼수의 대왕 아베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상륙 전 감염됐다”며 218명의 크루즈선 확진자를 일본 확진자 통계에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확진자 중 110명이 일본인이었다.  

 

이쯤 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크루즈선 입항 허가, 승선자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고령자들이 쓰러져 가고 있는데도 왜 하선을 허용하지 않았냐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하루에만 감염자가 44명 늘어서 전체 환자가 218명을 넘은 2월 13일이었다.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몰리자 일본 정부는 당황했다. 이날 아베 내각은 긴급조치에 착수했다. 80대 이상 고령자, 고열자, 창문이 없는 객실 이용자 등을 추려서 하선시켰다. 하지만 그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결국 2월 26일까지 705명의 확진자와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태 초기에 신속하게 전원 하선시키는 조치를 취했더라면 이런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도쿄올림픽의 성공이 정권차원에서 중대한 일이었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처사다. 코로나 바이러스 ‘배양접시’사태는 꼼수대왕 아베의 꼼수정치 탓이다. 나아가서 일본식 관료제의 병폐, 아베 장기집권의 총체적 모순의 결과다. 

 

코로나 바이러스 ‘배양접시’사태로 아베는 대내외적으로 무능한 정치가로 부각되기 시작했고 그것은 아베정권 몰락의 단초가 될 것이다.  

 

‘코로나 택배’를 전 세계로 보낸 일본

 

진짜 더 큰 문제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하선자들이 각자 자신의 나라, 자신의 거처로 돌아간 후에 터지기 시작했다.  

 

크루즈선에서 격리 해제되어 하선한 일본인은 무려 970명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선내 격리 중인 승객들 가운데 정밀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된 사람들을 하선시켰다. 그런데 하선 직전에 한 정밀검사라는 것이 문제였다. 음성으로 판정한 그 검사라는 게 고작 체온만 확인한 검사였다. 이런 검사를 받은 사람들은 14일간의 격리 조치도 없이 하선했다. 하선한 사람 가운데 23명은 아예 체온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 정말 부실하고 안이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수 백 명의 하선자들은 요코하마시정부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요코하마역 등으로 이동한 뒤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했다. 그들은 일반인들과 섞여 전철, 버스, 택시를 타고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일본의 주요 포털 사이트와 SNS에는 ‘하선이 감염 확대의 계기가 될 것’, ‘하선객들과 오늘 당장 전철을 함께 탄다니 불안해서 참을 수 없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그 후 일본 각지에서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사람들의 확진 판정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전파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사스(SARS)와 메르스(MERS)보다 전파력이 높다. 1명의 감염자는 10명 이상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킨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퍼 전파자(Super-spreader)’의 위험성을 경험했다. 수퍼 전파자는 보통의 감염자보다 훨씬 많은 2차 접촉자를 감염시키는 숙주(宿主)다. 수퍼 전파자를 설명하는 ‘20/80법칙’도 있다. 감염자 중 20%가 나머지 80%를 감염시킨다는 말이다.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사람들의 확진 판정이 이어지면서 일본열도는 ‘오버슈트’상태로 돌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또 다른 특징은 무증상 감염자가 많다는 것이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기 때문에 구분이 어려워 자신이 감염자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실제로 많은 확진자들이 초기에 감기로 착각하여 감기약을 복용한 뒤 정상 활동을 하면서 접촉자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일본 열도가 ‘거대한 배양접시’가 되어버린 근본적 원인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배양접시’사태는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크루즈선에서 음성판정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간 수많은 외국인들이 귀국 후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로 돌아온 크루즈 승객들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일본은 여러 나라에 민폐를 끼친 오명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자국 국민들을 감염 위험에서 탈출시키려는 송환 계획이 신종 코로나를 세계로 실어 나르는 ‘캐리어’ 역할을 한 것이다. 일본은 ‘코로나 택배’를 전 세계로 보낸 셈이 되었다. 

 

이때부터 아베 내각의 악몽이 시작됐다.

 

아베에게 우호적이고 말을 잘 듣던 보수 언론조차 아베 장기집권의 폐해를 까고 나오기 시작했다. 양순하기만 한 일본 국민도 삐딱한 시선으로 아베의 행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서 일본의 고질적인 매뉴얼 사회 행태에 대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는 사례일 경우 침착하게 대처하지만, ‘도호쿠 대지진’, ‘후쿠시마 원저’사태처럼 매뉴얼에 없는 대재앙이 발생할 경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대처가 그만큼 늦어지는 것을 일본사회가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전형적인 일본식 관료주의의 폐해와 매뉴얼에 없는 사태가 오면 다른 곳에 떠넘겨대는 정부 시스템으로 인해 생긴 인재(人災)다. 

 

일본 내에서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일본이 ‘코로나 대참사’에 빠지는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단언컨대 ‘코로나 배양접시 일본 열도’는 폭발하고 말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조차 설치하지 않고 꼼수와 거짓말, 통계조작과 언론 통제만으로 일관한 아베정권의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다음 회-<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매뉴얼 사회>. book365@hanmail.net

 

▲ 이채윤     ©브레이크뉴스

*필자/이채윤

 

도서출판 ‘시민문학사’ 주간과 인터넷서점 ‘BOOK365’의 CEO를 역임했다.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고, 《문학과 창작》에 소설이 당선된 후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17년 ‘한국 시 문학상’을 탔으며 ‘작가교실’라는 책쓰기교실을 운영하며 후진들을 길러내고 있다. 그동안 시, 소설, 역사, 신화, 종교, 경제, 경영, 자기 계발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100권이 넘는 다양하고 맛깔스런 책을 써 내면서 전방위 작가를 자처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문학과 역사에 심취해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예정이다.

 

쓴 책으로 《삼성가 사람들 이야기》,《현대가 사람들》, 《노무현의 서재》, 《안철수의 서재》, 《위대한 결단》, 《부자의 서》, 《삼성처럼 경영하라》, 《 황의 법칙》, 《 중국 4000년의 정신》,《18세, 네 꿈을 경영하라》,《어린왕자의 성공법칙》, 《엽기 그리스로마 신화 1, 2》등이 있고 장편소설《대조선-전3권》,《주몽》,《대조영-전2권》,《아버지》,《하모니》, 《기황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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