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는 어떤 면에서 법치(法治)사회를 의미한다. 쿠데타를 통해 군인들이 정치를 빼앗은 것은 법을 크게 어긴 행위였다. 한국의 민중-서민들은 오랜 동안, 군사정부에 저항했다. 사가들은 이 기간을 민주화과정이라고 정의해왔다. 국민의 손으로 국가를 이끌어 가는 최고 지도자를 뽑게 된, 정치가 제자리를 찾아 정상화된 오늘날은 민주주의 사회로 진입해 있다. 이런 사회의 특징은 법치사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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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법에 의해 판결을 하는 법관들이나 위법 사실을 조사-수사하는 경찰-검찰들도 법 앞에 평등해진 사회가 됐다. 탈법-초법이 난무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를 없애가야 한다.
경영판례연구회(회장 전삼현 숭실대 교수, 이하 연구회)는 지난 12월 16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2015년도 제3차 판례평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연구회의 세미나에서는 일관성 없는 법원 판결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아울러 이런 결과에 대한 해법도 제시됐다.
전경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연구회는 전삼현 회장을 중심으로 총 6명이 연구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법원 판례 중 기업경영과 관련된 잘못된 판결을 찾아, 명확하고 공정한 판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오고 있다”고 전제하고 “‘행정지도에 따른 변액보험최저보증수수료 정보교환사실이 부당한 공동행위인지 여부’ 주제 발표를 맡은 김선정 동국대 교수는 최근 대법원의 담합 관련 판결은 기업 현실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2014년 생보사 예정이율사건에 이어 2015년 변액보험최저보증수수료 사건에 대하여 담합을 인정하지 않았다. 두 사건 모두 행정지도로 인한 기업 간 정보교환을 공정위가 담합으로 판단,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이다. 김선정 교수는 '대법원 판결을 통하여 기업들이 억울함을 면하게 되었더라도 잘못된 하급심 판결로 인하여 기업 활동의 위축, 소송대응, 평판 가치의 하락 등 유·무형 손실이 막대하다'며 법원의 신중한 판결을 강조했다. 또 단순한 정보교환행위의 의미를 확장하여 담합으로 간주하려는 입법론과 해석론을 경계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이날 이정민 단국대 교수는 ‘LBO(Leveraged Buy Out, 차입매수:기업매수를 위한 자금 조달 방법의 하나로 매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매수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의미)와 업무상 배임죄’에 관한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법원의 일관성 없는 업무상 배임죄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배임죄가 ‘걸면 걸리는 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법원이 일관된 판결을 통해 배임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실제로 2013년 형법상 횡령·배임죄의 무죄율은 5.4%로 전체 형법범죄의 무죄율인 1.7%의 3배에 달하고 있다(전경련, 2015년). 이는 배임 관련 범죄에 대한 가이드라인 부재에 따른 무분별한 기소에 기인한다”고 지적한 것. 이 교수는 “LBO는 다양한 기업 간 합병 방식 중 하나인데, 무작정 배임죄로 기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대법원이 온세통신 LBO 사건을 무죄 판결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급심에서부터 무죄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간 배임죄는 기업을 운영해온 기업 경영인들이 기소되어 법원의 판결에서 무죄를 받아 온 일이 많았다. 지난 2013년 형법상 횡령·배임죄의 무죄율은 5.4%에 달했는데, 이는 전체 형법범죄의 무죄율인 1.7%의 3배에 달한다고 지적됐다. 경찰-검찰-하급법원이 기업인들을 배임죄로 기소-판결할 때 너무 지나치게 했다는 증거이다.
이 연구회는 “지난해에 이어 한 해의 연구 결과를 담은 ‘2015 경영판례연구회 판례평석집’을 발간했다. 법관, 검사 등이 업무에 참고할 수 있도록 판례평석집을 각급 법원과 지검에 배부하고, 연구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도서를 신청할 시 무상으로 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찰-검찰-하급 법원에 근무하는 이들이 판례평석집을 읽고 공부해서 기업인들과 관련된 위법사항을 수사-판결할 때 기업에 과도한 법률적 적용을 금해달라는 요망인 셈이다.
전경련 이용우 상무는 “신호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동차 사고가 날 수밖에 없듯이 법 적용이 일관되지 못하면 기업도 정상적으로 경영할 수 없다”면서 “법원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살아나야 국가의 위기도 극복된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위법은 처벌돼야 마땅하지만, 권위주의 시대처럼 과도하거나 무리한 법적용은 금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함을 피력한다.
우리나라는 36년에 걸친 일제식민지 시대를 거쳤다. 일제는 우리 국민-기업인들을 압박-통제해왔다. 그 시절의 법리적용 관행이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면이 있다. 법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은 어떤 혐의가 있는 피고인이라도 우리나라 사람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하고 있는 기업인에겐 더더욱 그래야 한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