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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 교수 거리에 나서 "대학 자율화, 폭력적 국립대 선진화 방안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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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교수 1,000여명이 거리 행진을 하며 새누리당사를 방문 항의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18일 오후 전국 대학 교수 1300여명이 '대학 자율성 회복과 폭력적 국립대 선진화 방안 철폐'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에 나섰다.
 
"긴 밤 지세우고 풀잎마다 맺힌" 교수들이 합창하는 성난 메아리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전국에서 모인 국공립 및 사립대학 1300여명(주최측 집계)의 교수들은 ‘고 고현철 교수 추모 및 대학 자율성 회복을 위한 전국교수대회’를 이날 오후 2시 국회 인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개최했다. 국공립 및 사립대학을 막론하고  '대학 자율화와 공공성 회복' 등의 한 목소리로 교수들이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거점국립대학 교수회 연합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비정규 교수노동조합 등 7개 교수단체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라는 폭력적 대학정책 철폐 ▲ 국립대학 총장선출과 관련하여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 보장 ▲ 행·재정적 지원과 연계해 교육부의 무단 지배를 강화하려는 대학평가제도 및 구조개혁법 철폐 ▲ 부실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사업의 부조리 자백과 책임자 처벌 ▲ 부실사학 비호 관리 처벌과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공공성을 강화 ▲대학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학문후속세대를 절멸시키는 대학 강사법 철폐 등을 내용으로 하는 9.18 전국교수결의를 선언하고 교육부의 억압적인 정책 시정을 촉구했다.
 
▲ 전국에서 1300여명의 교수들이 '고현철 교수 추모 및 자율성 회복을 위한 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며 산화 한 '고 고현철(부산대) 교수 추모' 행사는 부산대 김재호 교수회장이 추도사를 낭독하며 시작됐다. 김 회장은 "대학의 자율이 말살 당하는 치욕스러운 굴종의 시절을 더 이상 참지 않겠다. 거룩한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면서 "대학총장 직선제 쟁취, 대학 민주화 발전, 사회 민주화 등을 이루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박은화(부산대 무용학과) 교수가 '고 고현철 교수'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무 공연을 올리고 고인의 유지를 기렸다.

15명의 동료 교수들과 함께 참석한 김명한 서울대 교수는 연대사에서 "지난해 서울대 총장선출 과정에서 직선제 요소를 가미한 교직원 정책 평가에서 일등을 했고, 이사회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총장추천위원회에서도 일등을 한 후보가 이사회에서 총장이 되지 못하고 다른 후보자가 총장이 되었다"며 "이사회는 이에 대한 뚜렷한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이런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대학 운영이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 자행 되었고, 이에 맞서 싸우지 못한 서울대 교수들 때문에 오늘의 한국대학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는 "이자리를 계기로 비민주적인 세력을 물리치고 잘못된 제도를 개혁하는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대학의 여러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연대의 정신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차이를 넘어서고, 또 전임, 비정규직 교수의 차이 등 모든 차이와 차별을 넘어서서 튼튼한 연대를 통해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고, 한국의 대학이 주인인 국민을 섬기는 고등교육기관으로 거듭 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공공성 회복을 위한 손띠 카드 시위를 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정진후(정의당) 의원은  "'고 고현철 선생님'이 세상이 비민주적으로, 거꾸로 태연하게 가는 이 세상을 너무 무디게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 앞에서 잠시 저와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면서 "재정지원을 내세워서 대학을 통제하고 정권의 발밑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집단으로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천박한 자본이 사학에 개입해서 우리의 대학을 정말 말도 아닌 지경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길거리로 쫓겨나서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서 하늘로, 크레인으로 옥탑 위로 올라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계시지 않습니까"라며 참여 교수들의 동의를 구했다.
 
정 의원은 "대학의 지성이 침묵하면 민주주의는 지킬 수 없다. 민주주의가 없으면 숨 쉴 수 없다. 민주주의가 없으면 학원의 자유도 있을 수 없다"며 "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여러분들이 이제 좀 나서달라, 가슴이 무뎌진 모든 사람들 끌어안고, 그들이 다시 민주주의를 외칠 수 있도록 나서달라"고 교수들에게 강의실에서 내던 목소리를 그대로 국민들에게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수들은 교육부 규탄 집회에 이어 오후 4시15분께 거리행진에 나섰다. 교수들은 '대학 자율화, 교육부 선진화 방안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여의도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 당사를 순차로 방문해 국립대 선진화방안 철폐와 교육부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촉구하는 항의서를 전달했다.

 
▲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대학 자율성 회복을 위한 전국교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에 대한 항의 문구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     ©배종태 기자


또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권진헌 상임회장, 김재호 부산대 회장을 비롯 전국교수협의회 김서중 공동의장 등 10명은 오후 4시 30분께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으로 이동해 기자 회견을 하고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라는 폭력적 대학정책 철폐' 등 전국 교수들의 뜻을 담은 서신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서신에는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께 오늘날 대학의 파행과 위기상을 절실하게 호소하며, 근본부터 잘못된 대학정책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 책임 있게 나서주실 것을 요구한다"는 호소와 함께 교수들의 반성과 참회의 뜻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학자치와 민주주의 및 공공성 확보를 위한 9.18 전국교수대회 결의문을 선언했다.
 
이들은  "눈앞의 실적경쟁에 매몰되어 연구와 교육의 본질적 원칙에 성실하게 임하지 못하였던 지난날의 우리 자신을 치열하게 반성한다"며 "재정지원을 매개로 한 교육부의 비합리적, 비민주적 대학정책과 압박에 분연히 떨쳐 일어나 저항하지 못했던 우리 자신의 무능과 나태를 뼈아프게 참회하고, 특히 교수라는 안정된 신분과 대학이라는 자신만의 성에 안주하며 우리안의 차별에 눈감은 채 비정규직 교수를 포함한 교육주체들과 연대하지 못하고, 지성인으로서 잘못된 사회구조의 희생자들과 함께 실천하지 못했음을 참담한 심정으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 1000여명의 교수들이 거리 행진 시위를 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이어 "우리의 결의를 단호하게 지켜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가칭) '학문의 자유, 대학의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대학교수회연합회'를 출범시켜 진일보한 대안제시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교수대회에 앞서 진행된 교수·학생·시민단체가 함께 뜻을 모은 ‘악법 철폐와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교육주체 결의대회'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대학정책을 비판했다. 또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임순광 위원장은 각종 악법 폐기를 촉구하는 삭발식을 가졌다.
 
이들은 민주화 투쟁을 선포하는 대학 구성원 결의문을 통해 "시간강사법은 두 번이나 시행이 유예되는 법이 통과 되었건만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공산이 크다"며 "대학도 강사도 대부분 반대하는 이 악법에 대하여 지난 9월 국립대총장협의회 총회에서 폐기를 요구했지만, 황우여 장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임순광 위원장은 각종 악법 폐기를 촉구하는 삭발식을 하고 있다.     © 배종태 기자

 
강사법은 국회에서 입법 취지와 달리 잘못된 법이니 올바른 대책을 세우라고 두 번이나 시행을 유예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2011년 정부 입법사항으로 처리한 것이니 물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정책이라도 자신들이 한 일이니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독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 위원장은 "곳곳에서 대학원이 붕괴되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온다"며 "수만 명의 비정규직교수와 연구자들이 절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아직 취업도 못한 학생과 알바 수준의 노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겪게 될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좀 더 깨어 있어야 할 교육부문에서부터 이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단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집회를 마치고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절박한 외침의 노래를 부르며 거리행진에 나섰다.
원본 기사 보기:부산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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