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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어도 못가는 고향~~~ 설 명절(2월8일)이 다가오면 옛날 생각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살얼음이 얼은 냇가에서 손빨래하던 어머니 모습이 눈에 선하다. 추운 날씨인데도 이렇다 말 한마디 없이 뻣뻣한 광목 이불 호청을 빨아 밥풀을 해서 다듬질하고 콩나물도 손수 길러서 지성으로 설 준비를 하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아왔다,
가난한 시절 명절이면 새 옷을 사 입히지는 못하여도 입고 싶어 하는 딸을 생각하고 헌 옷감을 물들여 새 옷으로 치마저고리를 만드는 어머니의 모습을 눈 여겨 지켜보았다. 궂어진 손 매듭이 발갛게 물들은 어머니의 손 어찌 잊을 수가 있으랴.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내가 안 먹어도 이웃집으로 떡을 돌리고 돌담 너머로 정겨운 인사 나눔하며 주고받던 모습들을 보아온 나이다. 우물가에서 채소 씻고 도란도란 이야기 주고받으며 보리쌀을 씻던 시절 옛날이야기지만 나에겐 지금도 생소하다.
설 명절은 우리 고유의 대 명절이다. 조상에게 숭배하고 여인들의 정성이 깃들은 만나는 음식들을 가족들과 친지들과 함께 나눔 하는 기쁜 날이다. 여자들에겐 많은 일손이 딸 음 하지만 명절이 있음으로 부모들은 오래 동안 보지 못한 자식들을 볼 수 있고 자식들은 타향사리하다 명절로 인하여 고향땅을 밟을 수 있고 부모님도 뵈올 수 있고 어린 시절 뒤 동산에서 놀던 죽마고우 친구들과의 추억도 떠 올리고 또 만날 수도 있으니 고향보다 더 좋은 정감이 가는 곳이 어디 있으랴. 어머니가 사랑으로 정성껏 해주신 손맛이 깃들은 음식은 많이 먹어도 가슴이 잘 받아드려 배탈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은가. 부모님 살아생전 아버지가 증손이라 우리 집도 제사를 지냈다.
숙부님도 오빠도 오시고 어머니는 온갖 정성을 다해 제사음식을 장만 하시며 말없이 많은 일들을 혼자서 하셨다. 내가 여려서 어머니를 도운 것은 전을 부치고 놋그릇을 짚으로 닦은 생각만이 기억에 아련히 떠오른다. 기와 장을 곱게 찧어 가루를 만들어 놋그릇을 닦노라면 손은 새까맣고 숨 쉬는 코 구멍도 쏴하게 아리고 목구멍도 아린생각이 아직도 잊지 못하는 추억의 하나이다.
13살에 부모님 떨어져 타지에서 공부하며 까치까치 설날이 가까워오면 집에 가는 것이 얼마나 기뻤던지 잠을 설치면서 손꼽아 기다린 소녀 시절이 엊그제 같기만 하다. 가난했어도 명절만은 배부르게 먹고 웃을 수가 있었다. 명절이면 길거리나 상가에도 사람으로 붐비고 오일장엔 볼 것이 얼마나 많은지 눈감으면 파노라마 친다.
성년의 나이 이국땅에 와서 인생반세기 타국에서 생활 하면서 명절에는 부모님께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절을 못 드리는 대신 전화로 인사를 드렸는데 이제는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니 명절이란 단어는 나에게 왠지 쓸쓸할 뿐이다. 외국생활 하다 보니 한복입고 부모님께 절 한번 드린 적이 없는 나이다. 지금쯤 고향을 향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기쁘고 가슴 설렐까. 부모님과 형제와 가족이 한자리 모여 앉아 밥 먹는 행복보다 더 값진 것이
이 세상 어디 있으랴. 뉴스로 고향을 향해 가는 길손으로 고속도로는 꽉 차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 기쁨도 몇 배나 더 크리라고 생각한다. 고향길 가는 길, 오는 길, 차 조심 하시고 고향의 정을 듬뿍 마음에 담아 무사히 돌아오시길 기원 드립니다. 고향을 떠나 올 때 봄을 한소쿠리 담아 봄 같은 맘으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부인들의 노고에 극찬 하시는 것 잊지 마시고 부모님 용돈 드리는 것도 잊지 마시고 풍요로운 설맞이로 못 다 나눈 정 나누시고 부모형제지 간에 다툼이 있었다면 마음 터놓고 푸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오소서. 행복과 축복이 하늘과 땅만큼 가득이길 빌어보는 고유 대 명절 까치 까치설날입니다. younsook47@naver.com
*필자/김연숙. 독일거주 수필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