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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란 초강수 대북제재카드를 꺼냈다. 사실상 남북관계의 ‘마지막 카드’나 다름없다. 배경엔 북핵에 대한 한·미·일 삼각공조 속 중국의 동참압박 함의가 내포돼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이번 박 대통령의 선택은 비(非)군사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수단이다. 재가동 시점을 ‘북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해소 때까지’로 못 박아 사실상 무기한 폐쇄인 셈이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개성공단 문제 논의를 위한 긴급 NSC상임위가 열린 가운데 내려진 결론이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및 모든 인원 철수란 결론이 박 대통령에 전달됐고, 즉시 최종 결단이 내려졌다는 후문이다.
잇단 북측의 도발에 과거와는 다른 강력 대응카드가 필요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이번 결단엔 미·일정상과의 통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6일 북의 4차 핵실험 후 청와대는 이미 개성공단 철수카드를 검토했으나 신중한 기류도 공존했었다.
현재 124개 입주기업에 매월 5천만 달러(599억) 가량을 생산 중인데다 공단폐쇄 시 상당 규모의 우리 자산이 동결몰수될 거란 우려 때문이었다. 또 개성공단 체류 우리 국민들 인질화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탓이었다.
지난 달 신년기자회견 석상에서 박 대통령이 “지금 (개성공단 폐쇄 같은) 극단적 상황까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것은 전적으로 북한에 달렸다”고 언급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지난 7일 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확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우려 속 강행된 북의 미사일 도발이 박 대통령 마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엔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이 독자적 대북제재를 들고 나온 움직임도 자극제가 된 형국이다. 우리 정부는 미사일 발사 때까지만 해도 국제사회를 향해 강력 대북제재를 요청하면서 확성기만 틀었으나 더는 관망만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버락 오바마 미(美)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와 연쇄 통화를 가지면서 개성공단 철수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조치가 필요한 점을 관계자들에 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는 NSC상임위 긴급회의 결과 및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정부성명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특히 이번 결단엔 대 중국압박 함의도 담긴 형국이다. 외교 당국에 따르면 중국은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과의 거래·교역을 끊으라 하는데 한국은 왜 개성공단을 그대로 두느냐는 식의 반박이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중국이 개성공단을 매개로 우리 측의 대북제재 요구에 소극적인 입장을 방어해 온 셈이다.
또 현재 득세 중인 미국 내 강경기류도 영향을 미친 형국이다. 미국은 현재 북한과 거래 중인 제3국 기업·은행·정부 등에 제재를 확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만약 현실화될 시 주 타깃은 중국이다. 개성공단이 계속 가동될 경우 중국 측에 반발의 빌미가 제공될 수 있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란 선택은 미국의 독자제제 돌입 전 선제카드 성격도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