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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거름을 몽땅 넣기...김순탁(金順卓)씨 농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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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브레이크뉴스

김순탁 농업인의 농사 비결 제1조는 ‘밑거름을 몽땅 넣기’이다. 두엄, 풀, 쇠똥, 닭똥을 충분히 삭히어 땅 깊이 놀랄 만큼 깔고 갈아엎어 시일에 맞춰 흙을 골라 씨를 뿌리면(묻으면) 떡잎부터 무럭무럭 자라 솎아내야 하는데 두 식구 가 못다 먹고 뽑아내도 자꾸자꾸 자라나니 이웃과 친구에게 마구 준다. 받는 이는 고마워 손이 크고 인신이 후하다 칭송하며 자기들끼리는 ‘하나님이 낸 사람’이라고 치하한다.

 

어느 장소에게 마늘과 양파를 파는데 외상을 주며 적지를 않는다. 살짝 물으니 ‘믿고 준다.’는 게다. 뒤에 들으니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제 값을 갖다 주더란다. 추수를 마치면 방아를 찧어 쌀을 싣고 다니면서 친구와 친척에게 나눠준다.

 

여름철 마늘과 양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천사’라 말하는데 필자 굳이 반배할 이유가 없다. 아들 4형제를 잘 가르쳐 그 며느리까지 8인이 모두 직장에 나간다. 손자가 공부를 잘해 미국에서 데려다 장학금을 주며 가르친다고 한다. 평생 집짓기와 농업에만 전념을 하니 손금이 달아 보이지를 않고 손바닥은 구두창처럼 뻣뻣하며 손등은 마치 거북 등과 같다.


이런 수족으로 기분 좋게 일하며 ‘헛’ 하는 소리는 즐거울 때 내는 탄성이다. 뽑은 마늘이 아직 밭에 있을 때 비가 내려도 짜증을 내지 않고 ‘씻어져 좋다’는 품성이다. 같은 마을 농부 강철문(가명)은 농고를 나와 아는 게 많다. ‘최소의 경비로 최대 효과’를 강조한다. 이 말에 반대할 필요가 없어 지켜만 본다.  

 

그런데 김순탁 씨와는 아주 농사법이 달리 일속에 묻혀만 산다. 밑거름은 약게 넣으니 작물은 약하고 드물어 포기 사이에 풀 자라 쉴 새 없이 뽑아야한다. 비료 주러 다니려니 괜히 바쁘고 잔일이 많다. 종자 비료 값을 아끼려고 계산기 자판을 두드리지만 소출이 적은 데다 농산물 찾는 이가 적어 늘 정부에 욕하고 불만 속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선거를 통해 한 자리를 하려거든 김순탁 씨처럼 미리미리 밑거름 격인 바닥 표를 생각해야 한다. 투표가 임박해서야 가상의 숫자 주판알만 튕겨 대서는 위의 강철문 꼴 흉작을 벗어나지 못한다. 김순탁 씨는 훈장을 받아 마땅한 농업인이나 선거 전이나 후나 손 한 번 잡아주는 사람이 없단다. 부인은 허리가 휘었다.

 

김순탁 씨의 농업경력 70년. ‘이제 80살 일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독백에 눈물이 난다. 지기 땅 외에도 남의 논밭을 붙이고, 율곡리 종산, 소양면 사촌 산자락, 화산면 귀두골을 일궈 생강, 무, 배추, 고추, 토란 깨를 심어 남에게 퍼주던 그 열성을 알기 때문이다. 어찌 김순탁 씨 뿐이랴. 조선왕조에선 나이 80이 넘으면 수직(壽職)을 내렸다. 정부가 80 넘은 농업인에게 할 예우가 없는가? 아이와 농업인을 국보(國寶)라 부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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