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는 물기가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둔 가을 하늘에 유유하게 떠나니는 그 구름 속에 존재하는 그 물기가 곧 비가 된다. 하물며 인간만사(人間萬事) 그 자체만으로도 행과 불행, 낙과 슬픔 등이 김칫독에 우거지가 끼듯 항상 구름의 물기처럼 도사리고 있음도 같은 이치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의 살만 국왕이 등극된 지 겨우 7개월여 만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선대 압둘아지즈 국왕의 10년에 해당한 모든 일이 발생해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특히 23일부터 시작되는 16억 무슬림의 성지순례 하지(Hajj)를 맞아 사우디는 그야말로 전시체제를 암시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10만 명에 달하는 국방력을 성지 메카 주둔을 비롯하여 2만5000명의 의사 동원에다 메카 부근의 미나 계곡에 폐쇄회로(CCTV) 5000대 설치 등이 그렇게 비치고 있어서다.
여기에는 11일 메카의 그랜드모스크에서 발생한 400t급 대형 크레인이 넘어져 107명의 무슬림 신자가 이승을 등졌고, 300여 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포함한 대형 인재(人災)가 발생하였다.
바로 그 다음날은 메카의 알아지지아 지역의 11층 호텔 8층에서 불이 나서 2명의 부상자까지 생겨났다.
옛날의 성지순례 하지의 사건일지를 살펴보면 지난 2004년 성지 순례객 사이에 충돌이 벌어져 244명이 숨지는 폭력사태에도 사우디 내무부 관료들은 쓰린 가슴을 진정시키는 데 국력을 모았는 데 올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수니파 종주국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대형 사건과 대형 위협이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의 물기처럼 낙타 감기의 다른 표현인 메르스가 2년차 계속 이어지고 있고, 중동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더해 리비아와 시리아 난민이 유럽연합을 근심으로 몰고 가는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난민에 대한 사우디의 외면(?)을 강하게 질타하자 이를 반박하는 데 사우디 외교부는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려야 했다.
사우디 영자신문 사우디 가지트(Saudi Gazette)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에 의한 살만 사우디 국왕으로서는 지금까지 ‘미국의 중동 대변인’으로 만족하였지만 이제는 ‘대국의 위상 정립’이 불가피한 시대상황에서 이번 메카 성지의 수난사는 일대 국난에 해당한 케이스로 구분할 정도였다.
어디 이것뿐인가. 2010년부터 내리 4년 동안 국제유가는 1배럴당 100달러를 구가하는 고유가 지조가 믿기지 않게끔 1배럴당 40∼50달러 선에서 요지부동이다. 그만큼 사우디 석유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OPEC의 영광은 이제 전설로 남을 만큼 국제유가는 또 다른 세상을 만들면서 사우디 경제는 변화와 개조에 자유스럽지 못한 실정이다.
이를 두고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2770만 사우디 국민들은 여기서 무너지는 일에서부터 자존심을 챙기려는 국민적 공담대가 생겨나고 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축복처럼.
오랜 고유가 시대 가운데 역대 사우디 왕실은 변화와 담을 쌓고 왕실의 연속에만 국정의 우선순위를 두었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자 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 대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통상 사우디하면 국제 여론은 ‘오일 머니의 졸부(猝富)’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도 어찌 그들이라고 모르고 있겠는가.
돈만 있으면 제조업과 담을 쌓아도 일상에 하등 불편함이 없다는 행동마저 사우디만의 자존감으로 표현했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예를 들면 GCC 6개 국가로 이루고 있는 카타르와 아부다비 정부는 고급 인재양성을 위해 자국에 일류 대학과 네트워크를 이루어 중동 분교를 내는 반면 사우디는 많은 대학생을 그것도 국비로 미국과 영국에 보내 인재양성에 임하는 모습이 그렇게도 달랐다.
그만큼 사우디는 사회변화와 국가개조에 대해서 무시 내지는 방관이 주류를 이루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금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사우디는 관광산업진흥에서 개방보다는 현상유지가 정답이었다. 매년 메카를 찾는 무슬림이 1000만 명을 넘고, 그들이 뿌린 외화가 그렇게 반가운 뉴스가 아니었다.
마치 지정학적 위치를 극대화시킨 카타르항공이라든가 에미리트항공이라든가 에티하드항공 등은 관광산업진흥을 통해 외화를 끌어안은 데 비해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사우디 국가정책은 사우디 국민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강한 자석이 쇠붙이를 끌어오듯 이제는 관광산업진흥에 첫 단추가 끼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 스마트폰이 득세하는 SNS시대답게 메카 성지 순례자를 위한 최신 버전의 앱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좀 더 편하고 안전한 성지 순례를 위해 앱을 통한 통신서비스에 눈을 뜨고 있다는 점은 과거의 사우디 관광정책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빅뉴스가 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근혜노믹스는 살만 국왕 체제와의 동참을 이룰 세 가지 아이템으로 그들과의 미래 먹거리를 챙기는 일이 필요하게 되었다.
하나는 한국의 드론 기술은 이제 이스라엘 기업과 동등한 기술적 발전을 구가(謳歌)하고 있다.
이를 사우디의 국가적 고민인 예멘 반군의 준동을 미리 차단하는 무기로서, 감시견으로서 그 성능과 이용을 제시해 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다.
둘은 사우디는 천연적으로 걸프만(灣)과 홍해와 같은 해양문화가 발달하는 자연조건을 두루 잘 갖추고 있다. 한국과 대조적으로.
그동안 유럽에서 즐겼던 해양문화, 푸른 바다를 가르는 요트와 해양스포츠에 관한 니즈가 강하게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요트문화를 접목시키는 일이다.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요트관련 기업들은 사우디 메카의 관문항(港)인 제다(Jeddah)에 요트제조공장과 마리나 구축에 대한 협상에 임하는 기민성을 읽히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
우선적으로 세계 최고 높이의 200층 킹덤타워가 들어설 킹덤시티와 킹 압둘라 경제도시 건설에 즈음하여 새로운 파트너십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셋은 메르스(MERS)에 의한 국가위상이 흔들렸던 사우디와 한국은 우연의 일치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에서 함께 질병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었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 메르스 백신 생산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지만 환자 면역력 유지의 극대화가 가능한 메르스 치료제가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할랄 코리아의 김재흥 박사팀이 개발하여 임상과 효능데이터 확보에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어서 이를 비즈니스화 시키는 일이 시급을 요구받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세 가지 아이템을 사우디에 접목(또는 기술이전)시킨다면 살만 사우디 국왕의 관광산업진흥은 날개를 달아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물기를 없애는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터다. adimo@hanmail.net
*필자/임은모. 교수. 글로벌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