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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념논쟁으로 불붙은 국정교과서 행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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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던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결국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구분(안)’ 행정 예고로 보수-진보 간 뜨거운 이념 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정부와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측의 논리는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발표대로 “정부가 직접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고 역사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소위 보수층이 우려하는 좌편향적 시각을 차단해 보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한편 이에 반대하는 쪽은 새정연 문재인 대표의 주장대로 “국정교과서는 일제 치하를 근대화라고 하는 친일교과서요 유신을 한국적 민주주의로 찬양하는 독재 교과서”라고 규정하고 역사의 흐름을 뒤집는 ‘역사쿠데타’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그런데 지금 국정화 추진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사들이 과거에 또는 얼마 전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이들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바로 그 당사자들이다. 그들은 “교과서 국정화는 다양성을 떠난 소수 저자의 독단이 우려된다”거나 “독재국가나 후진국이 사용하는 국정교과서보다 검인정교과서가 자율성과 창의성을 지닌다”고 소신을 밝혔던 이들이다.

또 새누리당 정책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원에서 불과 2년 전 올린 정책보고서도 “국정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고 특정 정권의 치적을 미화할 수 있다”며 국정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왜 하필이면 다른 산적한 문제가 많은 지금 이 시점에 정부와 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이념 갈등으로 얻고자 하는 이득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도 있다.

민감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이념 갈등을 야기해 흩어진 진영의 결집을 도모했던 사례들을 기억해 내는 국민들은 총선을 앞두고 또 그 정치권 이념전쟁의 파편을 고스란히 맞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황우여 부총리의 주장대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는다면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부터 먼저 세워야한다. 그리고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들에 대한 공과를 근거를 제시해가며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

이것은 언젠가는 바로잡아야 할 일이지만 사회 각 층이 참여해 오랜 시간 많은 자료들을 검증한 토대 위에 충분히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하는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정부의 행정예고 발표와 향후 추진 일정을 보면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당장 교육부 교육고시는 교과서보다 교육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을 견지하고 있고 새로운 교육과정 적용 시점도 2018년 3월로 정해 놓았는데 2017년 3월로 국정교과서 발간을 추진하려는 것은 앞 뒤 살피지 않고 발표하고 뒷수습하는 모양새로 보인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보수와 진보 그리고 많은 계층의 인사들을 아울러 집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보수 진보할 것 없이 정작 학자들은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로 역사의 흐름을 뒷걸음치게 했다는 비난이 돌아올 것을 의식해 참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역사학계 한 쪽에서는 자체적으로 집필하려는 분위기와 교단에서는 교육감 재량의 인정 교과서 채택 움직임 등도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보다 다양한 논의를 거쳐 이 국가정체성의 근간을 바로잡는 일이 1년의 집필 기간으로 가능하냐 하는 것이다. 게다가 촉박한 검토 기간 그리고 편집, 수정, 인쇄와 배포까지 산술적으로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다.

행정이 정치와 경영을 오가는 시계추라고 말한다. 그것은 균형 감각을 말하는 것이지 양쪽을 간보며 편승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펼치는 정치적 논리에 야당도 반발해 국정은 삐걱거리게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 뻔하다. 또 직접 수요자인 교단의 혼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텐데…….

집안의 부부 싸움이 잦아지면 아이들은 불안하고 그 빈도가 잦아지고 막무가내가 되면 분노조절 장애를 겪게 된다고 한다. 이제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가정에서 일어나도 안 되겠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백성들이 겪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부모가 싸우면서 언제 어떤 말을 했는지 아이들은 평생을 기억한다. 국민들도 정치인 누가 왜 그렇게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먹고 사는 일에 바빠 모를 것 같지만 삼삼오오 모여 속 마음을 토로하는 백성들은 그 이름까지도 그 모습까지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심이 천심인 걸 기억해야 한다.

교육부는 그야말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이 일을 행정 편의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향후 만대를 이어가며 노래할 국가의 정통성을 세우는 너무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서리가 곧 내리고 쌀쌀해지는 계절이 다가오는데 가뜩이나 심란한 우리 국민들 마음에 따뜻한 온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와 행정이 펼쳐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뿐이다.




 


원본 기사 보기:2018bre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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