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뉴스 포항】정승화 기자= 과메기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 기지인 구룡포읍과 동해면, 장기면, 호미곶면 등 4개 읍면 지역이 포항시 ‘차’ 선거구다. 이 지역들은 예로부터 구룡포 경제권으로 본다. 그만큼 구룡포가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는 말이다. 동해안 최대의 어업전진기지였으니 그 위세가 어떠했겠는가.
일제 강점기를 거쳐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구룡포지역 어업이 얼마나 번성했던지 당시 ‘영일군수 보다 구룡포수협 조합장을 하는 것이 더 낫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바다경기가 번성했다고 한다. 심지어 ‘구룡포에서는 동네 개도 만원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개 소리가 파도위로 떠다닐 정도로 돈이 흔했다고 어르신들은 말했다.
1986년 고래잡이 포경이 금지되기 전까지만 해도 구룡포 항포구에는 오징어잡이, 대게잡이, 고래잡이, 청어잡이 어선이 하루 수백척 드나들었다. 오징어 배만 2백척 넘게 들어왔으니 그 규모가 어떠했겠는가. 그 영향으로 1970년대 당시 구룡포 인구가 4만명에 육박할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의 위용을 자랑할 만큼 돈과 사람이 풍성했다는 말일 게다.
그러나 그것도 다 이젠 옛말이 되었다. 고래잡이는 포경금지로 아예 중단됐고, 그렇게 흔했던 오징어도 연안수온 상승과 중국어선들의 싹쓸이로 이젠 씨가 말랐다. 바닷속은 밑바닥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으로 어자원 고갈이 심각해지고 있다. 고기가 먼바다로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고기가 없으니 사람도 구룡포를 떠나 당시 4만명의 인구가 이젠 8천5백여명으로 급감했다. 밀물과 썰물처럼 세월의 파도가 이렇게 만드는 건지 참 알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도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고, 호미곶에 가면 매년 첫날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출이 있고, 겨울한철 벌어 일년 벌이가 되어주는 과메기가 있기에 그나마 2만4천여명의 구룡포, 호미곶, 동해, 장기면 일대 해안선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겨울파도에 맞서는 이유이다.
▲ 현역의원 및 출마예정자 현황
▲ 좌로부터 김철수 동해면문화체육회부회장, 박장해 신장지구도시개발조합장, 서재원 의원, 이상훈 의원, 이준영 전 의원, 정석준 의원, 허남도 동해지구토지구획조합장 ©정승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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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등 4개 읍면으로 구성된 포항시‘차’선거구는 북구지역의 청하면 등 6개면으로 구성된 ‘나’선거구 다음으로 선거구 면적이 넓은 곳이다. 사람은 적고 거리는 넓어 선거운동하기도 힘들고, 지역구 관리하기도 힘든 곳이다. 인구는 동해면 약 9천5백여명, 구룡포읍 약 8천5백여명, 장기면 약 4천5백여명, 호미곶면 약 2천여명으로 모두 약 2만4천여명으로 추산된다.
4개 읍면에서 3명의 기초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이므로 3위까지 득표하면 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소선거구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구룡포 사람들은 구룡포 본동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동해나 장기 사람에게 표를 주는 경우는 드물다는 말이다.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시골인심이다. 그만큼 옆 동네 가서 표를 얻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이곳 선거구에서 자천타천 출마가 거론되는 후보는 모두 7명이다. 구룡포에서는 현역의원인 서재원의원(59)과 지난 6대 의원을 지낸 이준영의원(62)이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의원을 지낸 최용성 전 의원(62)은 불출마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현직 의원 2명 모두 백전노장들이여서 현재로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동해면에서는 이상훈의원(59)과 허남도 동해지구토지구획조합장(52), 김철수 동해면 문화체육회 부회장(54), 박장해 신정지구도시개발조합장(48) 등 4명이 이 지역을 발판으로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현역 의원인 이의원이 불출마 할 수도 있다는 여론이 있어 공천시점을 전후해 막판 변수가 예상된다.
장기면의 경우 3선의원인 정석준의원 이외에 아직까지 뚜렷한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의원 입장에서는 호재다. 이대로 간다면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1위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 표정 감추기에 역력한 모습이다.
▲ 구룡포 및 호미곶 지역현안 및 지역 거점후보
세월이 그렇듯 구룡포의 현안도 이제 바다에서 주변환경으로 옮겨졌다. 바다가 황폐해져 어자원이 갈수록 줄어들어 소득이 줄어드니 다른 대체자원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시선이 변하는 것이다.
서재원의원은 “이제는 시대변화에 맞는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며 “어자원이 부족해 지역 소득원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관광자원개발에 박차를 가해 천혜의 바다환경을 활용하여 국내외의 다양한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의원의 지적처럼 구룡포가 변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전 국민의 겨울철 먹거리로 혜성처럼 등장한 ‘과메기’가 보여주듯 새로운 먹거리가 창출되어야 하며, 음식점 식단도 다양하게 만들어져 관광객들이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탈바꿈해야 한다는 게 지역민들의 목소리다. 결국 구룡포 항구를 ‘관광형 어항’으로 만들고 ‘구룡포 특화음식’을 개발하며, 호미곶을 ‘국민해양관광지’로 만들어가자는 것이 구룡포의 발전방향이다.
서의원은 “그동안 과메기문화관건립, 구룡포읍청사 이전신축, 읍민복지회관건립, 구룡포시장 현대화사업, 과메기축제개최 등 수많은 지역사업을 추진했다”며 “내년에 5선의원이 되면 명실상부한 최다선 의원으로 시의회 의장에 도전해 큰일을 할 포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는 재선의원 출신의 이준영 전의원 역시 직전 6대 의원을 지내 만만찮다는 여론이 많다. 다만 서재원 의원은 지역 주류정당인 자유한국당 소속이고, 이의원은 현재 무소속이기 때문에 다소 불리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있다.
이 전의원 역시 “동해안 최대 어업전진기지였던 구룡포가 포스코 설립 여파 등으로 사양길에 접어들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지역민들이 다양한 소득창출을 위해서는 어촌관광산업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례로 구룡포 근대화거리~과메기연구소~예술촌~유스호스텔 코스를 관광자원화하여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겨울철 과메기 관광객들을 거리투어와 병행해 단체관광객들을 유입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의원은 6대의원 재임당시 전국 최초로 ‘포항시 나잠어업 보호 및 육성에 관한 조례안’과 ‘포항시 결혼이민자 농어업소득증진 지원사업 조례안’을 만들어 큰 호평을 얻은바 있다.
▲ 동해면 지역현안 및 지역 거점후보
연오랑 세오녀의 전설이 있는 동해는 토지구획정리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구룡포 일대 조성중인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불러온 개발호재이다. 동해지구, 신정지구, 임곡지구 등 모두 30만평의 택지가 조성중이다.
해군6전단 공항이 있어 고질적인 ‘고도제한’문제가 상존해 있는데도 택지조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동해가 낙후돼 있었다는 반증이다. 심지어 이 지역을 기반으로 출마하는 4명의 후보가운데 2명이 현직 토지구획정리조합장 출신일 정도로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여망이 뜨겁다.
재선의원인 이상훈 의원은 “동해지역은 지난 1960년대부터 군 공항으로 인한 ‘고도제한’에 묶여 주민들이 심각한 사유재산권 침해를 받아왔다”며 “정주여건을 개발해서 외지로 빠져나갔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복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군부대와 협의해 고도제한을 다소 완화할 수 있도록 현재 용역 중에 있으며, 집창촌인 속칭 ‘우물재’를 철거하고 일대를 공원화 하는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의원은 재선 의정기간동안 4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연오랑 세오녀 테마파크 조성, 동해면민 복지회관, 해병대 동문개설, 하수관거사업 등 다양한 지역숙원사업을 추진해왔는데 도구해수욕장 연안침식문제 해결이 남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내년 3선 도전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라고 말해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임을 내비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을 희망하는 도전 후보군은 김철수 동해면 문화체육회 부회장(54)과 박장해 신정지구도시개발조합장(48) 등 2명으로 압축된다. 만약 이의원이 불출마 하게 되면 이들 중 한사람이 공천을 받게 된다는 논리가 된다.
김철수 부회장은 동해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자칭타칭 ‘동해지기 김철수’로 지역에서 불리고 있다. 동해향토청년회장, 포항시 청년연합회 부회장, 포항시 축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동해면 청소년지도위원장, 발전협의회 사무국장, 동해초등학교 총동창회 사무국장, 동해향토청년회 특우회 이사 등 이 지역 자생단체 감투는 다 쓰고 있다. 터줏대감일 만큼 그 명성이 높다.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늘 고향과 함께 해온 인생이었습니다. 연오랑 세오녀 축제를 제가 처음으로 주관해서 치른 것도 그런 인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의 말처럼 봉사할 곳이나 민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가 나타난다고 한다. 실내체육관 유치, 군부대 관사설립문제, 해병대 동문개설, 무료급식소 운영 등 이상훈의원을 도와 늘 지역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고 칭송이 자자하다.
현재 김철수 후보와 함께 자유한국당 공천경선이 예상되는 인물이 바로 박장해 후보다. 부동산 공인중개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신정지구 도시개발조합장’ 에 취임했다. 자유한국당 포항남·울릉 중앙위원이기도 한 박 조합장 역시 동해 토박이 출신이다.
동해자율방법대장, 동해면 재향군인회장, 생활안전협의회 사무국장, 군공항이전추진위 사무국장, 문화의 집 운영위원, 동해의용소방대원, 문화체육회 상임이사, 포항 시민경찰 등 그가 맡은 직함만 봐도 김철수 후보와 ‘팽팽’함을 느낀다.
박 조합장은 “지난 1996년부터 지금까지 동해초등학교앞에서 교통봉사를 해올 만큼 지역봉사에는 누구보다 앞장서왔다”며 “공항확장문제 등 이슈가 있을 때면 늘 몸을 사리지 않고 민원해결을 위해 분투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맞서는 또 한사람의 강력한 후보는 무소속의 허남도 동해지구토지구획조합장이다. 지난 2014년에도 출마해 돌풍을 일으킨바 있다. “한때 1만8천명까지 육박했던 동해면 인구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사람과 돈이 몰리는 동해면이 될 수 있도록 정주여건 개선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현재 ‘동해면 인구2만유치추진위원장’이기도 한 허 조합장은 새로운 동해를 만드는 선두주자로 지역민들에게 인식돼 있다. 40년 된 집창촌인 속칭 ‘우물재’를 철거하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기 좋은 교육환경 건설, 도구해수욕장 살리기 등을 핵심 아젠다로 내년에 주민들에게 다가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한국수중환경 포항시지부장, 동해초등학교 운영위원장, 민주평통 자문위원, 포항시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부회장, 동해면 문화체육회 부회장, 동해면 생활안전협의회 위원, 구룡포 향우회 회장 등 활발한 자생단체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 장기면 현안 및 지역 거점후보
3선의원인 정석준의원은 내년 선거를 의식하기 보다는 장기지역 고질적 현안문제 해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재까지 물망에 오르는 도전 후보도 없는데다 설령 도전의사가 있더라도 ‘당선가능성’이 낮아 선뜻 나서는 후보자가 없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농어민들에 대한 정 의원의 바닥 지지세가 탄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 의원에 따르면 장기의 최대 현안은 ‘군 훈련에 따른 주민 피해문제’이다. 군사트럭은 물론 탱크와 전차 등 수많은 장비들이 장기일대 훈련에 투입되면서 교통체증은 물론 소음 등으로 인한 도로주변 가축피해 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3백만평에 이르는 국방부 소유 군사훈련부지가 장기일대 산재해 지역주민들이 임의대로 사유지 개발에도 제동이 걸리는 등 2차, 3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정의원은 밝혔다.
현재 ‘군 훈련장 주변마을주민 피해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주민들이 참고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라도 공론화하여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정활동과 관련 대화천 상습수해지역문제 해결, 산서~갈평간 왕복2차선 도로건설 등 약 3백여건의 주민숙원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내년에는 농어촌 공사 주체인 산서지역 ‘다목적 저수지 건설’, 구룡포 하정~감포간 왕복 4차선 도로 확포장공사, 양포지역 지방도 929호 왕복4차선 공사 등 근본적인 지역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확충하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바다에서부터 육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자기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바닷가 사람들은 바다의 논리로, 육지 사람들은 땅의 논리로 삶을 헤쳐 나가고 있다. 시대가 사람을 만들고, 사람들은 시대위에서 역사를 만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구룡포일대 해안선을 그려나갈 이들은 누구일지 지켜볼 일이다.〈취재국장/경영학박사. hongikin21@naver.com정승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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