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병한 자연사상칼럼니스트 © 노병한 사주풍수칼럼니스트 |
[노병한의 운세코칭] 지미 카터(Jimmy Carter) 제39대 미국 대통령의 선거참모이자 비서실장이었던 해밀턴 조르단이 쓴 <위기(危機)>라는 책에는 1980년 10월 28일에 있었던 당시 현직 카터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후보간의 재미있는 대선(大選)토론 이야기가 나온다.
레이건은 토론에 대한 전술적인 계획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내 여유 만만했고, 극단적인 표현을 삼갔다. 조르단은 레이건의 ‘종료 멘트’가 한마디가 토론의 승부를 가르고 더 나아가 선거의 승패를 결정지었다고 썼다.
레이건은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카메라를 응시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4년 전보다 더 잘 삽니까? 4년 전보다 상점에서 쇼핑하기가 쉬워졌습니까? 4년 전보다 실업률이 줄었습니까? 미국이 예전처럼 세계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까? 여러분들은 우리의 안보가 4년 전보다 더 강화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들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이 ‘그렇다’면 여러분들의 선택은 자명(自明)합니다. 만약 여러분들께서 지난 4년간 걸었던 길을 앞으로 4년간 더 걸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여러분들이 다른 선택(選擇)을 하기를 권합니다.”
해밀턴 조르단은 동료들과 함께 TV로 토론을 구경하였는데, 레이건의 클로징 종료 멘트 한마디가 끝나자 옆에서 누군가가 “저 사람은 정말 굉장한 배우야”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자신도 “좋은 배우지”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선거(選擧)는 그 순간 끝난 것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레이건은 이런 농담도 했다고 전해진다. “경제(經濟)불황은 내 이웃이 실직자가 되는 것이고, 경제공황은 내가 실직자가 되는 것이며, 경제회복은 지미 카터가 실직자가 되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레이건은 대통령이 된 뒤에도 기자회견에서 불경기의 책임을 전(前) 정권에 돌리려는 듯한 말을 했다. 그래서 한 기자가 물었다. “대통령 각하, 각하는 불경기를 이야기하면서 과거의 잘못이나 의회에 책임을 돌리셨습니다. 지금 각하께서 책임질 일은 없습니까?”라고 묻자 레이건은 즉답을 했다. “제가 책임질 일이 있고말고요. 저는 오랫동안 민주당원이었거든요.”
1984년 대통령 선거에서 큰 쟁점은 74세인 레이건의 나이였다. 17세가 적은 먼데일 민주당 후보와 가진 토론회에서 레이건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나는 이번 선거운동에서 나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밝힙니다. 나는 상대방이 젊고 경험이 부족한 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청중뿐 아니라 먼데일 후보도 파안대소하였고, 적전(敵前)이 무장해제된 것이다. 상대후보를 크게 웃겼으니 이 한 마디로 선거는 끝난 셈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장관들과 회의 중에도 자주 존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이 이렇게 선수(先手)를 쳤다. “나는 국가비상사태 때는 나를 반드시 깨워야 한다는 명령을 내려놓았습니다. 장관들과 회의 중에도 말입니다.” “나는 점심 때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오후에 늘 깨어 있게 만드니까요.”
레이건의 농담은 간략한 한 문장인 경우가 많다. 그는 우스개 농담을 적은 카드를 갖고 다니면서 열심히 연습하고 암기했다고 전해졌다. 레이건의 사후(死後)에 이런 카드를 정리하였는데 그 분량이 몇 상자나 되었다고 전해진다.
레이건 대통령 그가 외워 두고 활용했던 한 줄짜리 우스개 농담들이 2천개나 되었다고 전해졌다. 즉석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농담 같아 보이지만 그 뒤에는 피나는 노력과 연습을 통한 준비가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간단한 ‘우스개 조크’ 한마디를 잘 활용한 선거운동이 민심을 확장시키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표심(票心)을 작동시켜 금시발복(今時發福)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을 총선(總選)지휘자나 후보당사자가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nbh1010@naver.com
□글/노병한:박사/한국미래예측연구소(소장)/노병한박사철학원(원장)/자연사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