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느라 바빠서 알지 못했다, 노동자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뼈 빠지게 일하고도 임금 체불이 다반사던 시절,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한 젊은이가 평화시장 입구에서 분신을 했다. 목숨을 바쳐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고 쓰러져갔다. 1970년 11월13일.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의 전환점, 아니 출발점이 된 날이다. 죽어서 전태일은 한국 노동운동사에 우뚝 섰다.
전태일 열사 타계 50주기. 반세기가 흐른 오늘날, 그의 발걸음을 기린 계간지가 나와 눈길을 끈다. 『푸른사상』 2020년 봄호(통권 31호)가 ‘전태일 50년’을 특집으로 다뤘다. 특집은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와 『푸른사상』 주간인 맹문재씨의 대담으로 시작한다.
“어머니는 나는 아들을 팔지 않고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들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야겠다고 했어요. 아들의 뜻을 이루기 전에는 다른 어떤 이야기도 귀에 안 들어오니 없던 것으로 하자고 했어요.”
전태삼씨의 당시 증언은 어머니마저도 노동자의 권리에 관심갖게 했음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전태일 50년’ 특집은 좌담에 이어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25명의 시인들 시작품을 모았는데 하나같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