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단(供辰丹:예전 원나라 처방)’ 100 갑을 교회에 냈던 문서고(文瑞高) 권사(한설음 사장 부인)가 인도인 전도사에게 <새 순 찾기-10자 건의문>으로 ‘萬事皆由命(만사개유명)。皇天炯照臨(황천형조임)。雍容棐几下(옹용비궤하)。方見古人心(방견고인심)’ 이게 무슨 뜻이냐며 알아달란다.
민첩한 인 전도사는 곧바로 咸軒(함헌) 선생을 찾아갔다. 선생은 ▵우교당 구치용(具致用:1590-1666) 증사(曾士)의 <우음(偶吟)> 시라며, 잘 왔다고 치하한다. “세상만사 다 운명에 연유하는 법/ 하나님 밝은 빛 임하려면/ 당신들이 옹호하고 도와야 하는데/ 옛 사람 마음 바르게 봐야 한다네.” 인 전도사가 듣고 보니 그 풀이 마음에 쏙 든다. 진리란 먼데 있는 게 아니라 곁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함헌 선생은 집사일망정 학식이 풍부하다. ▵천주교 우리나라에 들어온 해가 1784년. 구(具) 선생은 이보다 120년 전 선비인데 하나님 말씀을 하셨고, 우리가 아는 하나님과 일치하다는 설명이다. 지금 기독교 신도나 항존직, 교역자, 신학 전공한 사람이 이런 표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 전도사는 가슴이 뜨끔하다. 전도사는 설교 준비를 할 때마다 성경 구절 여기저기만 인용하는 게 아니라 늘 ‘새로움’에 초점을 맞춰 논리를 전개하므로 직업적인 부흥 강사들보다 훨씬 낫다는 호평을 듣는다. 문서고 권사는 인도인 전도사가 큰 재목임을 알고 자주 만나며 잘 키우려고 노력한다.
문서고 권사 이야기이다.
“남부지역 지행교회(之行敎會) 어느 목사는 설교 중 문득 독창을 했다가 자기 아버지 자랑에 이어 외국 교회 피폐 사실이나 이스라엘 민족 머리 좋다는 등등 주제 밖의 객담으로 시간을 채운다.”고 한다.
인도인 전도사 설교는 듣기 쉽고 말마다 공감이 가 ‘아멘’ 소리기 절로 나온다. 본촌교회 장관상 목사는 근동 열두 동네 경로당 회장을 모셨다. 교회 초청 처음이라는 사람이 많다. 쇠고기 국물 떡국을 냈다. 교회 이야기는 쑥 빼고 옛날 민담(民譚)을 통하여 웃음판이 벌어졌다. 돌아가서 하는 말 “솔직히 교회 나오라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말 없이 평범하게 대해 줘 목사 달리 봤다”고 실토하며, 며느리 집에 간 것보다 낫더라고 한다. 막판에 목사의 부탁, 전엔 ‘아는’ 사람이 으뜸→그 시대를 지나면 ‘돈 많은’ 사람이 으뜸→곧 ‘건강한 사람’이 으뜸이라며 근력을 강조하더니 고산면 소향리산 창포 비누 한 장과 청려장(靑藜杖)을 드렸으며 교회 앞에서 이를 짚고 사진을 찍었다.
장관상 목사는 ‘장(杖)’이 ‘장(丈:어른)’이라며, 저 목회 잘 못하면 이 지팡이로 한 대씩 후려치라고 해서 또 한 바탕 웃었다. 사모는 별도로 향나무 톱밥을 넣은 베개 하나씩을 따로 드렸다.
이 소문을 들은 지방의회 의원마다 장관상 목사를 우러러 본다. 장 목사는 닭 무리 가운데 학(鶴)이었다. 지방의원, 군수, 국회의원, 조합장, 기관장이 손을 계속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