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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실마리가 너무나도 확실한데, 애써서 그것을 외면하고 엉뚱한데서 해법을 찾으려는 사람이 있다.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 얘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재인 대표의 사퇴없이는 절대로 야권의 내홍(內訌)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가 향후 야권동향의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다. 지금 진행되고있는 정치권의 재편과정이 모두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문제’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29재보선에서 4:0의 완패를 당했을 때가 문재인 대표에게는 그야말로 대표직 사퇴의 ‘골든타임’이었다. 이때 바로 대표직에서 사퇴하면서 “선거참패의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하겠으니 당은 전열을 정비하여 총선과 대선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고, 탈당했던 분들도 모두 당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런 대의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면서 이른바 백의종군을 선언했다면 아마도 지금쯤에는 문재인 대표가 상당한 영향력과 대중적인 인기도를 누리는 정치적 거물로 성장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정치공학적인 역관계(力關係)에 의해서가 아닌 대중적인 ‘추대’로 인해 확고부동한 야권의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는 그길을 가지않았다. 오히려 오로지 ‘친노세력의 수장’자리만을 지키고자하는 행보를 지속해왔다. 이런 과정속에서 문재인 대표는 정치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었고, 야권은 더 이상 갈라지기도 어려울 정도로 분열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에도 또 한번의 대표직 사퇴 기회가 있었다. 바로 10.28재보선이었다. 이 선거에서는 총 24곳의 선거대결에서 텃밭인 전남을 포함해서 겨우 2석만을 얻는 참패를 당했다. 이 선거는 국정교과서 이슈라는 상대적으로 야당측에 유리한 호재속에서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야당이 참패한 것이다. 이런 결과를 손에 쥐게된 직후가 또한번의 대표직 사퇴 기회였다. 바로 이때가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의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데 이때에도 또다시 대표직을 사퇴하지않고 엉뚱한 변명으로 일관했었다. 문재인 대표의 유일한 관심은 오로지 비례대표 의석의 확보뿐이었다. 비례대표 의석을 한석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골몰했던 이유가 궁극적으로 거액의 자금확보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뻔히 보이는 얕은 셈법을 여의도 정가에서는 다 알고있는데 혼자서만 ‘벌거벗은 임금님’노릇을 하는 문재인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진행되고있는 정치권의 여러동향들이 모두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문제’에서 비롯된 것인데, 문재인 대표는 끝내 결자해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문재인 대표의 역주행이다.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5%이다. 이는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의 9%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지극히 낮은 지지율이다. 역대 그 어느 야당의 대표도 호남에서 이토록 낮은 지지율을 보인 적이 없었다. 야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에서의 지지율 5%가 시사하는 것은 ‘이제 그만 내려와라’는 명령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는 이를 또다시 무시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오히려 호남의 중심이 광주에서 이른바 [문-안-박 연대]를 발표했다. “이 이상 더 좋은 방안은 없다”라는 부언과 함께 말이다. 이쯤되면 그야말로 루비콘강을 건너는 ‘똥고집 마이웨이’의 선언이라고 봐야한다.
현직 서울시장인 박원순 시장과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간의 3자 연대를 하겠다는 주장이다. 새정치연합의 주승용 최고위원의 말대로 당의 지도부를 재구성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같은 당의 최고위원들과 단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도 문제이고, 문재인 대표의 독단적 결정은 새정치연합의 당헌.당규에도 위반되는 독재적 발상일 뿐이라는게 중론이다. 설령,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이 [문-안-박 연대]에 모두 동의한다 할지라도 당내의 반노나 비노세력들의 반발은 더욱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하면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조차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반노와 비노세력들이 하나로 뭉쳐서 ‘조기전당대회’를 통하여 ‘지도부 재선출’카드까지 발동할 수 있는 상황까지 현실화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친노의 수장’으로서가 아닌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고자하는 마음을 굳히고 실행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내홍(內訌)이다. 문재인 대표가 깔끔하게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이미 새정치연합을 탈당해서 신당창당에 나선 모든 세력과 당내의 비노와 반노세력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백지상태에서 오로지 총선과 대선승리를 위한 판을 계파를 초월하여 공정하게 다시 짜게끔 했다면 지금쯤 새정치연합의 총선에서의 예상 의석수는 73석이 아닌 120석이나 130석 혹은 그 이상의 의석수가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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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실패를 상수(常數)로 두고 ‘총선 패배의 변(辯)’을 미리 준비하는듯한 최근의 문재인 대표의 행보로는 내년 총선은 필패다. [문-안-박 연대]가 실제로 성사된채로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게되면 문재인 대표가 할말은 너무나도 뻔해 보인다. “나는 총선승리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 당을 분열시키려는 세력들의 끊임없는 방해 및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이 제대로 자신들의 역할을 못해줬기 때문이다”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표의 ‘변명정치’,‘책임지지 않는 정치’의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 자못 궁금해지는 요즈음이다.
[원성훈 칼럼니스트] - 前. 명품코리아 논설위원, - 現. '정의 미디어 포럼' 수석 운영위원, - 한국 농어촌공사 SNS 강사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