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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15일 “SK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직 복귀” 제하의 논평을 냈다. 이 논평에서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직 복귀, 책임경영 취지라면 책임 물을 장치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12월14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내년 초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 복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오너(owner)가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감안하여, 최태원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고 전제하고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직 복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결코 시장과 주주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진정으로 책임경영을 위한 취지의 이사직 복귀라면, 본인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도 내년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동시에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2014년 2월말 대법원에서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으나, 형기의 약 63.3%(924일)만을 채운 지난 8월 13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최태원 회장의 복역 당시 법무부장관과 경제부총리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 사면이 필요하다고 잇따라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었고,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리기업인 사면권 제한 공약에 따라 여의치 않게 되자 ‘기업인 가석방’으로 선회됐는데, 이것은 모두 최태원 회장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공약을 파기하면서까지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최태원 회장 등 비리기업인을 사면대상자 명단에 포함시켰고, 이러한 특혜를 입은 최태원 회장은 곧바로 경영일선에 복귀하여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보답하는 각종 선심성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기업인 사면이 기업 내지 그룹의 이익, 더 나아가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은 막연한 기대 또는 희망사항일 뿐임에도 여전히 이러한 행태가 반복되는 것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오히려 사면 받은 기업인이 정치권 ‘눈치 보기’로 일관하여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이 대통령 특별사면을 통해 등기이사직 복귀에 장애요소가 사라졌다고는 하나, 사면이 추락한 SK그룹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도 아니며, 시장과 주주의 우려까지 불식시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직 복귀에 앞서, 다음과 같이 시장과 주주들이 동의할 수 있을 정도의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아래 두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최태원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 예정인 계열사를 포함한 SK그룹 주요계열사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해 외부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작년의 KB사태·현대자그룹의 한전부지 고가매입 및 올해의 삼성물산 합병비율의 불공정 문제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논란으로 대내외적으로 이미지가 추락하자, 이들 기업의 주주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한 사항이 이사회에 외부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포함되도록 하여 의사결정의 신뢰도롤 높이라는 것이었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최태원 회장 및 최재원 부회장이 연루된 형사사건에서 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때와 비교하여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주주와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바로 외부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여 내부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사 본인의 불법행위 인해 형사소송 1심에서 유죄의 판결을 받은 자에 대하여 임원의 결격사유로 규정하는 정관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SK그룹 계열사 중에서 유일하게 SK텔레콤은 2000년 3월 정기주총에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에 이사의 자격이 박탈되도록 하는 정관개정을 하였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은 SK글로벌 분식회계 등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이력 때문에 SK텔레콤 이사의 자격을 상실하였다. 물론 주요 계열사에 이러한 내용의 정관개정이 이루어지더라도 당해 회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영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으나,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이사의 위치를 감안할 때, 이사 결격 사유를 엄격하게 강화하는 것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논평의 결론부분에서 “최태원 회장은 겉으로만 ‘책임경영’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회사 내 시스템을 정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회사와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실질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장치들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최소한 상기 두 가지 장치는 내년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최태원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함께 동시에 상정하여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