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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양당정치가 안착해 있는 상태이다. 한국 정치는 여-야라는 두 수레바퀴로 굴러가고 있다. 이런 정치구도는 오랜 정치사가 만들어낸 옥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야당이라는 한축의 정당을 이끌어온 실세들이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한길-안철수 두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해서 새누리당과 양립관계를 형성한 장본인들이었다. 김한길-안철수 두 공동대표가 총선 패배를 이유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가 대표로 선출됐다. 친노들의 화려한 부활의 장이 마련됐었다. 그런데 김한길-안철수 두 의원은 문재인 대표체제에 반기를 들고 끝내는 탈당을 감행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12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 민주당)을 탈당한 이후 김한길 의원이 3일 이 당을 탈당하는 선언을 했다. 이로써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했던 김한길-안철수 두 의원이 탈당, 새정치민주연합을 핵심 인사들이 이 당을 튀쳐나온 것.
정당의 존립은 정당의 이념과 가치에서 연유한다. 김한길-안철수 두 의원은 정당의 이념과 가치를 멀리하고 사적인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두 의원은 탈당선언에서 탈당의 변을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김한길 의원은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새 희망을 향해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습니다. 저는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반민주 반민생 반역사의 정치를 고집하는 박근혜-새누리당 정권, '보수의 탈을 쓴 수구세력'에게 기필코 승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애오라지 계파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변해야 합니다”고 강조하면서 “안에서 싸우다 기운을 다 소진해버리는 그런 정치 말고, 오만과 독선과 증오와 기교로 버티는 그런 정치 말고, 아무리 못해도 제1야당이라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그런 정치 말고, 패권에 굴종하지 않으면 척결대상으로 찍히는 그런 정치 말고, 계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런 정치 말고, 비리와 갑질과 막말로 얼룩진 그런 정치 말고, 그래서 국민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그런 정치 말고, 이제는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치로 변해야 합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우리 정치권에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왔습니다.수명이 다한 양당중심 정치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허물어내야 합니다. 새로운 정치질서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겸허히 받들기 위해, 저는 밀알이 되고 불씨가 되고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반성하고, 걸어갈 길을 바라보며 새로운 각오와 몸가짐을 다짐합니다. 저는 이제 묵은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우리 정치의 새 장을 열어가는 데에 진력하겠습니다”면서 “오늘의 제 선택이 고뇌가 점점 더 깊어가는 동지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야권이 승리로 가는 길에서, 저는 늘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패권정치와 싸우고 참고 견디는 동안 저도 많이 불행했습니다. 바른 정치로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제게 남은 힘을 온전히 바칠 수 있다면 저도 무척 행복할 것입니다.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서,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에 헌신하겠습니다”라고 피력했다.
한편 지난해 탈당한 안철수 의원은 탈당선언에서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을 혁신하고 또 혁신해서, 지지자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정당, 국민이 믿고 정권을 맡길 수 있는 정당으로 바꾸라는 당원과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면서 “그대로 머물러 안주하려는 힘은 너무도 강하고 저의 능력이, 힘이 부족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습니다. 저의 부족함과 책임을 통감합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서 저는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을 나서려고 합니다. 저는 이제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섭니다”면서 “나침반도 지도도 없습니다. 그러나 목표는 분명합니다.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할 것입니다. 정권교체는 그 시작입니다.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입니다”고 강조했었다.
두 의원의 탈당 이유를 종합하면 정권교체의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선언이다. 정권 교체를 하려면 현재의 당에서 대동단결을 해야지 튀쳐나온다고 되는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김한길-안철수는 소인배의 길을 택했다. 김한길-안철수 등등이 모여 20석을 확보, 제3당을 만든다해도 야당을 분열시키면 과연 누가 이익일까? 보나마나 여당이 이익일 것이다. 그러하니 그들은 야당이 설 자리를 스스로 없앴다. 야당 분당주의자 김한길-안철수가 앞으로 크게 설 자리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들이 장악했던 주류 야당시대는 이로써 막을 내렸다. 그들은 탈당하는 순간, 야당 분당주의자로 낙인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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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