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화산의 폭발
강민국은 최근 공장 내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근로자들이 휴식시간만 되면 서로 모여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배구도 하고 책상에서 낮잠을 즐기거나 삼삼오오 모여 일상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민국이 들어서면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했다. 그러나 오월 중순에 들어서자 그들은 하던 이야기를 멈추거나, 빠르게 흩어지는 모습이 잦아졌다. 김지혜가 울먹이며 토로했던 ‘왕따’를 이제는 강민국도 체험하게 되었다. 점심때는 옆 공장의 근로자들과도 자주 모여 무언가를 쑥덕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확실히 손에 잡히지는 않았다.
김지혜의 발길도 더욱 바빠졌다. 상부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개의 지시사항이 하달되었다. 대부분 시위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철저히 하라는 내용이었다. 문건에서는 밝히지 않고 있었지만, 남쪽 신문에서 보도되는 대로 국경수비가 강화되는 데도 불구하고, 탈북난민의 수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듯 했다. 특히 신의주와 해주 및 라진·선봉지역 등 다른 경협지역에서는 가끔 산발적인 시위도 발생하는 모양이었다.
조마조마했던 일은 5월 20일 화요일 점심시간에 터졌다. 개성경협지역 공장노동자 대부분이 밖에 집결하여 대규모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던 강민국도 소란한 소리에 밖으로 나가보았다. 많은 근로자들이 어디서 만들었는지 ‘자유 쟁취, 생존 보장, 인권 개선’ 등의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집결된 시위인원은 족히 1000명은 넘어 보였다. 강민국이 잘 아는 P실업의 근로자들도 눈에 띄었다.
지도자급으로 보이는 사람이 확성기를 이용하여 선창을 하고 그들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생존권을 보장하라!”
“인권을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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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국은 이 구호가 누구를 향한 외침인지 알 수 없었다. 어찌 보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에 대한 요구사항일 수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요구일 수도 있었다.
생존권은 임금에 관한 사항이라서 입주기업에 요구한다고 할 수 있지만, 달러로 지급되는 임금은 매년 정해진 법에 의해 인상되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그 중 대부분을 북한정권에 반납하고 약 40%에 해당되는 금액을 북한 돈이나 생필품 등으로 지급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그동안 임금이 꾸준히 인상된 덕으로 지금은 약 300달러 가까운 봉급을 받고 있었다. 북한 지역의 내부 근로자의 3배에 해당하는 임금이었다. 그래서 경협지역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어 경쟁률이 10대 1이 넘었다. 그러니 입주기업에 대한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유와 인권은 공단지역처럼 보장된 곳이 없었다. 근로자들은 그 점을 특히 좋아했고, 부러워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신의주와 라진·선봉지역에서 발생한 시위처럼 김정은 정권에 대한 요구임이 틀림없다고 판단되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손에 피켓을 든 무리들이 점점 더 모이기 시작했다. 시위의 무리는 수 천 명을 넘고 있었다. 구호가 세 가지로 국한된 것으로 보아 철저히 조직되고 통제된 시위임이 분명했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북측 간부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차를 타고 나타났다. 멀리서 김지혜의 모습도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들은 시위대의 리더가 확성기를 통해 구호를 선창하고 있는 단상으로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위대는 그들을 순식간에 둘러싸고 단상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다.
구호는 점점 커지고, 시위대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멀리 떨어진 생필품 공단지역에서도 구호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때야 강민국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것은 공단 전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기습적인 대규모 시위였다. 구호의 대상은 김정은 정권이었다.
멀리서 사이렌소리가 들리고 인민보안부 소속의 순찰 및 경비 차량이 들이닥쳤다. 수 십 명의 인민보안부원들이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를 진압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역부족임이 금방 드러나고 있었다. 시위대는 피켓을 휘두르며 인민보안부원과 맞서고 있었다. 그 때 김지혜의 모습이 단상 쪽에서 보이는 듯 했다. 그녀는 시위 주동자의 확성기를 뺏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성공하는가 싶더니, 다른 시위대원에 밀려 단상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밖으로 던져진 그녀의 모습이 눈에서 사라졌다.
강민국은 김지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불과 200미터 정도 떨어진 단상이지만 시위대에 막혀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시위대를 밀치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마침 시위대가 제1공단의 정문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어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신을 잃은 듯 엎어져 있었다. 평소 말끔했던 그녀의 옷은 이미 많은 발자국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시위대가 이동하면서 엎어진 그녀를 밟고 지나간 흔적이었다. 얼굴도 발길에 채인 듯 피가 흐르고 있었다. 강민국은 그녀를 재빨리 둘러업었다. 강민국은 그의 사무실을 향해 움직이려고 하였으나, 시위대의 거대한 힘에 정문 쪽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 강민국에게 ‘이쪽이에요’하고 소리 지르는 사람이 있었다. 강민국이 평소 아끼고 도와준 제3작업반의 김순애 반장이었다. 그는 김 반장이 건강이 안 좋은 것을 확인한 후로 종합영양제와 비타민 등을 구해 와서 슬그머니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알아보게 건강해졌고, 그 후로 그녀가 담당한 작업반의 실적은 매우 높아졌다. 김 반장은 소리를 크게 지르며 길을 트고 있었다. 강민국은 김 반장의 도움 덕분에 시위대의 물결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사무실 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김지혜를 소파에 눕히고 공장 소속의 응급의료반장을 불렀다. 군복무를 마치고 바로 투입된 젊은 의사였다. 운영 초기에는 간호사만 두고 있었는데, 공장 근무 인력이 3000명을 넘어서며 의사 한 명을 추가로 운용하고 있었다. 김 반장은 찬물수건으로 김지혜의 얼굴을 닦았다. 강민국은 브라우스 단추를 풀어 응급호흡을 시켰다. 봉긋하고 아름다운 젖무덤이 눈에 들어왔다. 김지혜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응급의료반이 도착했다. 그들도 갑작스러운 시위에 정신이 나간 듯 했다. 강민국은 우선 그들부터 안정을 시켰다. 산소호흡을 시킨 후에야 김지혜는 겨우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김지혜는 급히 일어나려 했으나 고통으로 다시 쓰러졌다. 심폐기능은 정상으로 회복되고 있으나, 갈비뼈가 부러진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녀는 시위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말을 되뇌이며 계속 일어나려고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김지혜가 정신을 차린 것을 확인한 김 반장은 동료들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뛰어 나갔다. 구급차를 불렀으나 지금 모든 차량이동이 차단되어 움직일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우선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를 투약하고 잠을 재웠다.
김지혜가 잠든 것을 확인한 강민국은 우선 공장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모든 기계는 작동이 중단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떠난 공장내부는 텅 빈 상태였다. 지사장과 남쪽 직원 20여 명은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우선 공장의 시설은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근로자를 모아보니 500여 명이 되었다. 대부분 개성지역에 가정이 있거나 건강이 안 좋은 근로자들이었다. 강민국은 그들을 공장의 제일 큰 건물로 모이게 했다. 유사시에 대비해 신변을 보호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 직원들에게 공장의 이상 유무를 다시 한 번 철저히 확인하여 보고토록 했다. 혹시라도 사보타지가 있지 않았을까 우려되었다. 그리고 남은 근로자들을 안전하게 퇴근시킬 수 있는 차량을 확인토록 했다. 전화로 통일부에서 파견 나온 개성공단 본부와 다른 회사의 공장과도 접촉을 하도록 했다. 공장은 이상이 없었다. 차량이동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다른 회사도 근로자들이 대부분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개성시에서도 개성시민들 다수가 점심시간 대에 시위를 시작하여 지금은 공단 시위대와 합류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개성공단 남측 본부에서는 가능한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한 가운데 위기상황에 준해 비상 대기하라는 통보가 있었다.
강민국은 그 때야 모든 상황을 하나하나 추적해보았다. ‘근로자들은 김정은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시위는 어느 한 공장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고 모든 공장과 개성시민이 연계된 대규모 시위다. 그들은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이를 준비했다. 그들이 휴식시간에 모여 서로 수군대던 것은 시위를 하기 위한 모의였다.’
강민국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예측해보았다. ‘시위대는 군사분계선을 향해 남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인민보안부만으로는 현 시위를 진압하기가 어려울 것이며, 인민군대가 투입될 것이고 유혈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공장은 당분간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며,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있을 수 있다. 지금 공장에 모여 있는 근로자들은 오늘 이동이 통제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숙식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강민국은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조치를 공장의 한국 측 직원들에게 하달했다. 공장내부를 철저히 뒤져 시위 관련한 문건을 파기토록 했다. 공장이 잠정적으로 운영이 안 될 것에 대비한 준비도 하도록 했다. 그는 본부에 현 상황을 보고했다.
어느 정도 선조치가 종료되자, 강민국은 갑자기 김지혜가 걱정되기 시작되었다. 강민국이 방에 들어서니 신경안정제의 효과로 잠들어 있는 그녀는 진땀을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응급의사는 그녀의 옆에 앉아 맥박과 혈압을 체크하고 있었다. 차량과 인원이동이 통제된다면 김지혜에 대한 치료가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그녀는 감찰반장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추궁당할 것이다. 강민국은 의사와 함께 김지혜를 조심스럽게 그의 야전침대로 옮겼다.
카톡이 울리고 아버지 강 기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개성공단 지역에 큰 시위가 발생하여 엄청난 혼란이 있다는데, 강민국의 공장은 상황이 어떠냐는 내용이었다. 강민국은 아버지께 지금까지 발생한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렸다. 강 기자는 내용을 종합하여 “개성공단과 개성시 지역 대규모 반 김정은 정권 시위 발생”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다. 신문사는 가장 먼저 기사를 정리하여 호외로 뿌렸다. 특종 호외였다.
창밖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남쪽에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군대가 투입되어 철책으로 전진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한 거라 판단되었다. 김순애 반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녀는 남쪽의 손전화기를 갖고 싶어 했었다. 공장근로자들은 남쪽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생산된 손전화기를 하나 갖는 것이 꿈이었다. 그녀의 생일에 주위사람 몰래 중고폰을 선물한 것이 지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그녀는 시위대와 함께 도라산역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군인들이 바리게이트를 치고 공포탄을 쏘며 남쪽으로 진출하려는 그들을 막고 있다는 보고였다. 그리고 이 시위는 그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며, 공장장님께 사전에 보고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강민국은 시위 중에도 그를 생각해준 김순애 반장이 무척 고마워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답신을 보냈다. 강민국은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문자를 달라는 말씀대로 김순애 반장이 알려준 내용을 아버지께 전송했다. 강 기자 발신의 호외 2호가 뿌려졌다. 한국정부는 즉시 성명을 발표했다.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위대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내용이었다.
우선 공장에 있는 근로자들의 저녁식사는 라면으로 대신했다. 그들은 집으로 복귀하고자 했으나, 공단 정문을 인민보안부 요원들이 지키며 차량과 인원의 통과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었다. 다행히 간식용으로 준비해둔 라면은 7만 개 이상이 비축되어 우선 식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으나, 잠자리가 문제였다.
김지혜는 오후 8시경이 되어 눈을 떴다. 창밖은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산발적인 조명탄 소리가 들렸다. 옆에는 강민국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를 돌아보면서 이곳이 강민국의 사무실이란 것을 알았다. 일어나려고 힘을 주었으나, 통증이 너무 심해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당시 상황을 더듬어 보았다. 단상에 올라가 확성기를 뺏으려고 했다. 그 순간 리더로 보이는 여성의 주변에 있던 시위대원들이 순식간에 그녀를 단상 밖으로 내쳤다. 넘어진 그녀는 일어나려 했으나 일어날 수가 없었다. 시위대는 그녀를 밟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을 잃었다.
“시위대는요?”
김지혜는 걱정이 되는 듯 나직하게 물었다.
“지금 공단 밖으로 나가 남쪽으로 이동하며 시위를 하고 있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선 쉬어요.”
강민국은 걱정이 되는 듯 김지혜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뺨은 눈물로 적셔지고 있었다.
“지금 시위대 곁으로 가야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다 죽어요.”
김지혜는 얼마 전에 로동당과 국가안전보위부에서 내려온 ‘시위억제 지침’이 생각났다. ‘시위 초기에는 공포탄으로 위협하여 해산시키되, 진압이 어려울 시는 제한된 범위에서 실탄사격도 허용한다’는 내용이 빨간 글씨로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김지혜가 일어서려 할 때마다 고통은 더욱 커졌고 진땀이 났다.
“지혜씨! 지금 공단 정문은 인민보안부 요원들이 차단하고 인원과 차량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요.”
강민국은 고통을 참고 일어나려고 기를 쓰는 김지혜가 안타까워 지금 일어나도 소용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국씨! 인민군대가 시위대를 향해 사격을 하는 일은 막아야 해요.”
김지혜는 너무 안타까운 듯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강민국은 그녀가 한사코 시위를 막으려했던 이유를 어슴푸레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창밖 멀리서는 조명탄이 떠서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강민국은 아버지 강 기자에게 ‘개성공단 지역의 우리 국민은 안전한 것으로 추정되나, 북한 인민보안부에 의해 이동이 통제되고 있다. 북한군은 시위가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발전하면 시위대를 향해 사격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내용을 전했다.
강 기자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하여 “개성지역 우리 국민 신변 이상 없어! 시위대 규모 10만 명 이상, 북한군 시위대에 실탄사격 가능.” 등의 내용을 담은 ‘호외 3호’를 발행했다. 이러한 내용은 외신을 타고 순식간에 세계에 퍼져나갔다.
김지혜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고열로 땀이 비 오듯 했다. 이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문을 통제하고 있는 인민보안부 요원에게 연락하여 개성시내에 있는 공단의 종합병원에 가는 것이었다. 강민국은 이번 기회에 그녀를 데리고 북한을 탈출할까도 생각해보았으나, 그녀는 북한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미안해했다.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인민보안부는 상부의 지시로 김지혜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강민국이 신고를 하자마자 신속하게 응급차를 불러 그녀를 데려갔다. 강민국은 차량의 불빛이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그녀의 건강을 기원하며 그 자리에서 서 있었다. <계속> hjy20813@naver.com
*필자/하정열.시인. 화가. 예비역 소장. 북한학 박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