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평화통일 선언문’이 발표되자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미국 정부였다. 미국은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북한의 평화적인 통일을 지지하며, 필요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노라고 발표했다. 중국은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은 아직 북한에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평화적인 통일은 몹시 어려운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면 통일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선언문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외무성 대변인은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은 지지하나, 핵문제 해결이 선결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조국 대통령의 각개격파전법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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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국 대통령은 남북한의 합의에 의한 평화적인 통일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김정은 제1비서에게 남북한과 미국 및 중국이 참여하는 2+2회담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 제1비서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외교장관회담을 거치지 않고 정상회담으로 직행하기로 합의했다. 장소는 김정은 제1비서의 희망을 받아들여 제주도로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역사적인 회담의 장소를 남한에서 하고 싶었다. 그 가운데 김정은 제1비서가 마음 편하게 올 수 있는 지역이 제주도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는 다르게 비행기를 타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 오면 남북한의 입장을 더 고려하며 행동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세계에서 몰려올 기자들에게도 평화통일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회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국은 처음에는 북경을 고집했고, 미국은 워싱턴을 주장했으나, 이 대통령의 역사적인 의미를 곁들인 간곡한 청을 거절하진 못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는 회담이 된 것이다.
10월초의 제주도의 하늘은 높고 바다는 푸르렀다.
회담은 서로의 입장을 타진하는 탐색전을 거쳐 한 걸음씩 진전을 보며 진행되었다.
우선 미국의 대통령과 중국의 주석은 북한의 핵문제는 통일 이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북한이 현재 보유중인 핵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재처리 시설 등 관련시설을 폐기하고, 북한의 핵 기술자를 양국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 후 군사력의 규모는 주변국을 위협하지 않는 규모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통일한국은 양국의 국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에 내정간섭을 해서는 안 되며, 절대로 국경선을 넘어오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의 주석은 미국도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북으로 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통일 후에는 한미동맹을 해체해야 하며,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는 핵은 미국과 중국도 보유하고 있는데, 통일한국이 보유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주권국가로서 중국이나 미국이 통일을 방해하거나 통일과정에서 내정간섭을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남북한의 통일과정은 남북한 국민의 뜻을 받아 남북한 지도자가 합의하에 통일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이므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서 국제사회가 이를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주장들을 융합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이조국 대통령이었다. 그는 이러한 주제들이 나올 것을 사전에 예측하고, 해결방안을 치밀하게 준비했으며, 김정은 제1비서와의 사전 조율도 거쳤다.
그는 북한의 핵문제는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 해결되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핵 처리 과정은 시간이 소요됨으로 그 때까지 통일을 늦출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과거 우크라이나의 사례를 들어 통일정부에서 이를 추진할 것임을 약속했다. 핵재처리 시설의 폐기문제는 통일정부의 뜻에 맡겨야 하며, 핵 기술 인력도 통일한국의 국민이므로 양국에서 인도를 주장하는 일은 주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통일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내정간섭은 있어서는 안 되며, 남북한이 합의하여 통일하는 과정이므로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동맹은 통일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며, 필요시 통일한국과 중국이 전략적인 동맹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중국을 설득했다. 주한미군은 당분간 유지하되, 지금까지 사용한 주둔지를 이용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통일한국군의 군사력 규모는 통합과정에서 75만 명을 유지하되, 점진적으로 50만 명 규모로 감축해 나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조국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평화통일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통일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필요시는 협력하는 역할을 분명히 할 것임을 약속했다.
미국의 대통령과 중국의 국가주석은 핵문제 해결의 지연 등 몇 가지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통일의 한 축인 김정은 제1비서가 이조국 대통령의 제의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나섬으로서 그들의 주장은 더 이상 명분을 가질 수 없었다. 그들은 남북한이 합의하에 진행하는 평화통일을 지지하며 필요한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지원할 것임을 강조했다.
오전 10시부터 회의는 시작되었다. 제주도식 오찬 후 서귀포 해안의 산책으로 이어졌다. 서로의 가슴을 열고 마음을 터놓을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이조국 대통령의 배려였다. 속개된 오후 회담과 만찬 후 이어진 저녁회담을 거쳐 밤 10시에 공동선언문 낭독으로 종료되었다. 오래 동안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고 밀고 당기며 조율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역사적인 회담의 성공은 이조국 대통령 주연, 김정은 제1비서 조연의 합작품이었다.
각국에서 몰려온 500여 명의 내외신의 기자는 “한반도 통일 가시화,” “미국과 중국, 한반도 통일 적극 지지,” “이조국 주연, 김정은 조연, 연출 기막혀,” “한반도 통일 순풍에 돛대 달아,” “통일로 미래로,” 등 각종 제목을 달아 기사를 송고했다.
회담을 지켜보던 강 기자와 김지혜 기자를 포함한 남북한 기자들은 서로 얼싸안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이제는 나이를 뛰어넘어 동료가 된 강 기자와 김지혜 기자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서로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통일의 길에 큰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것이다. 이제는 남과 북이 서로를 배려하며,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계속> hjy20813@naver.com
*필자/하정열.시인. 화가. 예비역 소장. 북한학 박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