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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아 이제는 더 이상 달릴 수도 없게끔 되었다. 그러나 선거구가 사라졌는데도 선수들은 달리기를 해야한다. 목표 지점도 모르는 채 달리기 시합이 시작된, 참으로 이상한 경주다. 벌써 ‘선거구 실종 사태’가 9일째다. 선거구 획정 문제에 있어서 여.야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구 획정위원회장마저 사퇴를 해버렸다.
이런 사태에 직면하게 된 구조적인 원인은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조직구성의 본질적인 한계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위원장 1명과 4대4 여야 동수로 구성된 위원들이 성거구 획정에 있어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자체도 어렵지만, 더욱이 선거구 획정안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돼 있어 표결을 통한 의결도 극히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구 획정위의 인적구성 및 의결요건을 개정해야할 필요성은 말할나위도 없는 것이고 근본적으로는 여야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 없는 독립적인 의결기구로 재구성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현재와같은 구조로는, 감히 여야의 당론을 거부하면서까지 획정위원들이 스스로의 양심과 소신에 따른 독자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법령의 미비도 커다란 문제로 대두된다. 언제까지 선거구획정을 해야한다는 규정만 있을뿐이지 법에서 정해놓은 시한을 어겼을 경우에 어떻게 한다는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다. 이를테면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선거구 획정위는 곧바로 해산시키며 곧바로 국회의장이 5일내로 직권으로 마련한 선거구 획정안을 곧바로 시행한다는 식의 규정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규정만 있었어도 현재와같은 초유의 입법비상사태를 초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의 상황은 매우 엄중한 선거구 획정 비상상황이다. 권태호 새누리당 청주청원 예비후보(전 춘천지검장)가 주장했듯이 “선거구획정 경과규정 마련으로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전국의 모든 예비후보자들이 홍보물조차 발송하지 못하는 등 현역에 비해 현저한 불이익을 겪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선거구 부재 사태가 장기화되면 총선이후에 낙선한 정치신인들이 현역의원들과의 현격한 형평성의 문제를 거론하며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아주 높아진 상황이기에 그렇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의정보고서 등을 통해 얼마든지 편법적인 선거활동이 가능하지만, 정치신인들은 원천적인 기회자체가 차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출발선부터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태정치도 이런 구태정치가 없을 지경이다. 만일, 구조적으로 국회자체에서 선거구 획정문제를 여.야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획정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원 포인트 대통령 긴급권을 발동해서라도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이 법률과 행정 전문가들 중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긴급 선거구 획정위를 마련해서 조속히 선거구 획정을 완료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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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단은 긴급한 당면과제를 조속히 매듭짓고나서 그동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선거관련 법률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유지방편으로 악용되어온 모든 구태를 법률의 개.개정을 통해 일소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현행법률을 버젓이 어기고도 그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않고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에게도 뼈아픈 정도의 불이익을 법적.제도적으로 짐지울 수 있도록 법률을 재.개정해야 할 것이다. 현행법률을 어기더라도 현역 국회의원 자신들에게는 그 어떠한 불이익도 없으니까 지금과같은 미증유의 입법비상사태가 초래된 것일테니 말이다.
[원성훈 칼럼니스트] - 前. 명품코리아 논설위원, - 現. '정의 미디어 포럼' 수석 운영위원, - 한국 농어촌공사 SNS 강사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