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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치열한 민주화 투쟁 당시 만들어진 국내외 투쟁논리가 있었다. “민주화 운동이 먼저냐, 통일운동이 먼저냐?”는 것이었다. 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였다. 그런데 당시 민주 투쟁을 하던 김대중-김영삼-문익환 등 민주투사들은 '선(先) 민주화 후(後) 통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논리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 남한의 경우, 이제는 어느 정도 민주주의 국가로 진입했다. 이러한 이유로 분단을 없애는 통일운동이 국내외 정치투쟁의 근간으로 자리를 잡는 게 옳다고 본다.
정치적으로는 장외, 길거리 투쟁에서 장내 투쟁으로 변환됐다. 이 때문에 소외됐던 진보인사들도 국회에 정정당당하게 입성, 정치적 목적을 위한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지금 시기적으로는 민주화 운동의 시대를 지나 통일운동 시대이다. 통일로 가는 길은 남한과 북한이 하나 되는 길로 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통일운동으로 가는 길목에서 꼭 필요한 것은 남남갈등의 해소라고 본다. 지역감정의 해소이다. 남한의 영호남 지역감정이 더 악화돼 통일이 된다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까? 누가 봐도 북한은 하나로 똘똥뭉쳐 있는 조직이다. 그런데 남한의 경우, 영호남 지역감정은 갈수록 심각한 지경이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도 호남인재에 대한 홀대현상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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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운동은 정치운동이다. 두개로 분단된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후의 남북 통일수순을 보면, 남북한 총선거 등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간 남한정치에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현실화 시켰다. 권력의 주류는 TK(대구-경북)였고, 지금도 그 흐름 속에 있다. 1990년 전두환-김영삼-김종필 3당합당-군부 쿠데타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합작이 있었다. 집권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이 제2야당 통일민주당, 제3야당 신민주공화당과 합당해 통합 민주자유당을 출범시켜 수권했다.
1996년에 DJP연합(김대중-김종필-박태준)도 큰 정치실험은 하나였다. 호남+충청의 연합구도 였다. 이 연합을 주도한 김대중은 1997년 12월 대선에서 승리, 수권한다. 김대중 정권은 정권 연장을 위해 부산 출신인 노무현을 후보로 내세우며 호남+부산정권을 시도,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다. 이 역시 작은 연합구도의 하나였다.
지금까지 실험되지 않은 큰 구도의 하나는 영호남 합작정권이다. TK와 호남의 연합구도이다. 이 구도는 남북통일로 가기 이전의 정치적인 큰 테제로 남아 있다. 남남갈등을 해소할 정치적 시나리오의 하나이다.
이런 시각에서, 최근에 창당선언이 이어지는 호남 정치인들이 주축이된 신당창당을 주목하고 있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지난 9월15일 신민당 창당선언을 했다. 그는 창당 선언문에서 “광복 70년이 된 오늘도, 분단 조국의 하늘엔 증오와 저주의 먹구름이 덮고 있다. 햇빛은 잠시 머물 뿐이다. 언제 소나기나 광풍이 휘몰아칠지 모른다. 허리에 이어 머리도 두동강이 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알 수 없다”고 전제하고 “정치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국민들은 정당과 정치인들을 가장 크게 불신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공약과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없다”고 주장했다. “위민(爲民), 위국(爲國), 위족(爲族)”을 신민당의 기본정신으로 내세웠다.
9월20일, 천정배 무소속 의원도 개혁적 국민정당의 창당선언을 했다. 그는 창당선언문에서 “70년간 우리 국민은 위대한 길을 걸어왔다. 분단과 전쟁, 학살로 이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군홧발과 탱크소리에 민주주의와 인권이 유린당할 때에도 우리는 좌절하지 않았다”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열악한 노동조건 아래서 장시간의 노동을 감내하는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저력을 보였다. 부마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수많은 국민의 희생으로 민주화를 이루었고,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6.15 선언도 이끌어냈다. 불굴의 의지로 식민지배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성취한 우리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섬기고 민심을 받드는 정당이어야 한다. 국민을 섬기는 것은 모든 올바른 정치인의 기본 책무이다. 우리는 언제나 민심의 현장에서 우리가 할 일과 답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동되는 신당들이 어디로 갈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지금 보기엔 야당분열을 수순이다. 그러나 여당 내의 새로운 정치분열도 있음직하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그 동안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여러 차례 크게 헤쳐 모였다. 그러나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TK+호남 연합(합작)의 정치구도를 모색하는 더 큰 헤쳐모여의 정치운동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이는 해방 이후 최대의 정치빅뱅을 부를 것이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