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야당이 실종되어 있다는 아우성이 높다. 그저 자신들 사적 이익에 따라 유유상종하는 거대한 친목 단체로 전락돼 있다는 따가운 지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간의 비아냥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일명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국회에서 표결로 통과된 데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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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표결에는 국회의원 223명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174명, 반대 24명, 기권 25명으로 가결됐다. 이를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참석 의원 전원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어차피 박근혜 정권의 거수기 역할 또는 재벌과 슈퍼부자를 위한 집단으로 인식되어 왔으니 차라리 그러려니 여긴다.
문제는 야당을 자처하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보여준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다.
이를 살펴보면 더민주당은 반대가 고작 21명, 그리고 기권 25명에 불과하다. 더민주당의 막후 실권자인 문재인 의원 그리고 비대위원인 박영선 의원은 불참했다. 아울러 우윤근 비대위원, 이목희 정책위의장, 도종환 대변인, 유은혜 · 이언주 원내대변인 등은 기권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안철수 · 천정배 공동대표를 비롯한 참석자 11명 전원이 찬성했다. 김한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과 김영환 박주선 문병호 김승남 황주홍 의원 등 6명은 불참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측에서 행사한 불참 또는 기권은 사실상 소극적 찬성이나 매양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비판의 소지가 자리한다. 특별히 개혁정치 복원 운운하며 국민회의 창당을 이끌다 중도 하차한 천정배 의원의 찬성표는 누구를 위한 개혁 타령이었는지...
원샷법 통과를 위해 박근혜 정권이 최근 관제 서명까지 펼친 바 있다. 심지어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를 향해 "국회가 놀고 있다"는 식의 막말 공세까지 일삼았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다. 그야말로 독재적인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더욱이 관련법의 통과가 재벌 특혜에 따른 서민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한다.
원샷법이 포장은 '경제살리기'로 분칠되어 있으나, 실상 내용 면에서는 재벌과 기업 사주에게 특혜를 주기 위함이다.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 아울러 편법상속을 더욱 용이롭게 허용하고 있어서다. 그뿐 아니라, 황제 경영을 비롯해, 지배주주의 횡포와 전횡이 심각한 상황에서 그마저 소액주주 목소리는 아예 재갈을 물리겠다는 발상이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주도하고, 야당이 들러리를 서 통과시킨 일명 원샷법은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차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법안 초기부터 신사업 개척, 사업재편, 사업재생, 설비도입 등을 통한 중소기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정 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고려해 공정거래법 특례 조항도 없다. 아울러 종업원의 지위 침해, 시장경쟁의 약화, 소비자 및 관련 사업자의 이익 침해가 우려될 때는 사업재편계획의 승인 또한 못하도록 제어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재벌에게 적용되는 공정거래법 특례로 가득차 있다. 소규모 분할 및 합병, 주식의 이전ㆍ취득 등 재벌의 경영권 승계를 일거에 가능토록 하고 있으며, 합병 기간도 45일로 대폭 줄여 놓았다. 그 뿐 아니라, 합병 후 신설법인의 등록면허세 삭감을 비롯한 세제혜택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로 인해 소액주주, 노동자, 소비자 등의 권리는 과도하게 침해될 소지가 높아졌다. 재벌에게 불리한 내용은 삭제하면서, 유리한 조항은 일부러 만들어 포함시킨 그야말로 '재벌특혜법'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에 적극 가담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공히 사회ㆍ경제적 약자를 위한다는 야당이 맞는지 우선 묻고 싶다. 그들이 상용 남발하고 있는 개혁 또는 새정치라는 구호 또한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jst0104@hanmail.net
* 필자 : 정성태(시인 / 칼럼니스트) : 1991년 시 '상실과 반전' 등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작가회의 회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시집 "저기 우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 외. 정치칼럼집 "창녀정치 봇짐정치"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