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번 인공위성 ‘광명성 4호’를 탑재해 궤도에 진입시킨 장거리 로켓발사에 따른 일련의 사태로 설 이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남북관계는 급작스럽게 냉각되고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 결정에 따른 북측의 자산동결 초강수, 개성공단 군사통제구역 선포, 한미간 사드배치 논의 급진전으로 인한 주변 강대국들의 미묘한 역학관계까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달리는 형국이다.
국가가 외교적 판단을 내릴 때 피치 못할 상황과 고려해야 할 변수가 여럿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국익과 민생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자주외교 노선을 견지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사태를 충분히 분석하고 어떤 결정이 미칠 파장을 냉철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에 정부가 내린 조치는 그동안 있었던 비슷한 위기사태 대응과 한일 간 강제 종군 위안부 문제에서 드러난 바 있는, 국민 정서와 피해 당사자를 도외시하고 향후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미칠 영향을 깊이 인식하지 못한, 같은 맥락의 조급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정부가 강경 대응한다고 내놓은 개성공단 철수 조치는 결국 우리가 예측 못한 북측의 공단폐쇄 및 자산동결 초강경 대응을 불러왔다. 미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놓은 사드 배치도 결국 우리 대한민국의 방위보다는 미국과 일본에 위협이 되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견제 수단으로 집터를 빌려주는 격이 되었다. 사드 배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이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또 개성공단 가동이 우리 경제 내수 진작에 주는 효과를 포기하고 우리 측 기업들의 설비와 자산을 넘겨주고 맨몸으로 추방당하는 사태를 내다보지 못해 뒤늦게 허둥대는 정부 부처의 대응은 답답하기만 하고 졸지에 당하는 기업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뒤늦게 대책을 발표했지만 12일 증권시장은 향후 예상되는 불안정한 악재들이 겹쳐 결국 코스닥이 40포인트(-6.05%) 가까이 하락해 8년 6개월만에 최대 낙폭으로 일시 거래중단 사태까지 이어지는 등 경제불안 요소가 가중되고 있다.
그 무엇보다 남북화해 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을 포기하고 또 통일대박론을 내세우며 다양한 경제, 문화, 학술 공조를 이어왔던 남북 관계를 하루 아침에 단절하는 것은 거시적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주변국들의 이해에 휘둘려 성급히 자주외교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야당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총선을 앞두고 안보의 틀 속에 외교, 정치, 문화, 경제를 묶어 둔다면 평화적 대화를 통해 통일에 접근하려고 노력해 온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국민의 자존심과 국가의 자생력은 또 한번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정부 부처의 수장들에게 다시 또 당부하기는 대통령이 진정 국익과 민생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자주외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명예와 직책을 걸고 충언(忠言)으로 보필해 유방백세(流芳百世) 아름다운 이름을 남길 수 있게 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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