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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제…산을 찾을 때마다 좋은 하늘과 땅을 열어주게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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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3년간 등산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경북매일신문에 133회 올렸으니 전국에서 유명하고 인기 있는 산은 거의 다녀온 것 같다. 산타기도 힘이 드는데 그 글을 연재했으니 사실 마음 부담이 컸었다. 지난해 12월 말경, 신문에 연재해오던 산행기를 모두 마쳤다. 그렇다하더라도 산을 좋아하는 등산 애호가들에게 산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 주말이면 빠짐없이 산행했는데, 연재를 무사히 마치고 나서 지금도 생각해보니 그동안 산이 허락해주었고 또 필자의 건강이 따라주어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 2월은 전국 산악회에서 시산제가 자주 열린다. 구름과 안개가 뒤덮인 팔공산 자락아래 가산산성 입구에서 미포총동창회 산악회 회원들이 무사안녕 시산제 행사를 하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산행을 하고 또 연재하는 지난 3년 동안 전국의 등산클럽이나 애호가들이 많은 격려를 보내왔다. 대구의 드림산악회, KJ산악회 등 전문등산클럽이나 영남일보사 CEO아카데미 과정 출신으로 회합된 아카데미산악회, 고향출신의 재구화림산악회, 창수면민회, 또 경산산악회 등 많은 산악회에서 산행기에 관해 관심을 보였고, 또 함께 등산하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대구가톨릭대학교 미래지식포럼 총동창회 산악회로부터 시산제 행사와 관련해서 내게 연락이 왔다.

 

산악회 회원들이 2월 13일 토요일 날 팔공산의 가산 인근에서 시산제 행사를 갖는다는데 전문가로서 축문을 써달라는 것과 당일 행사가 알차게 이루어지도록 노하우를 전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필자가 산행을 많이 가서 시산제 축문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축문 부탁은 처음이다.

 

미포총동창회 산악회 임홍규 회장 등과의 인연으로 거절도 어렵고 해서, 이왕이면 시산제가 빛나게 하도록 하기 위해 몇 가지 행사를 곁들이도록 했는데, 우리나라 밀양춤, 영무(靈舞)의 대가인 하용부 명인의 춤을 시산제에서 선보이기로 마음먹고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막역한 친구 하 선생에게 연락해 허락을 받았고, 또 필자도 그냥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아 축시 한편을 준비해두었다.

 

그렇게 되어 시산제 당일을 맞았고, 일찌감치 연락된 하용부 선생과 아침에 만나 가산산성으로 향했다. 금요일부터 내리던 비는 잠시 멎었지만 구름이 잔뜩 드리워진 날씨라서 행여 시산제 행사시간에 비가 내리면 어쩌나 걱정을 하면서 가산산성으로 갔다. 

 

미리 약속한 가산산성 주차장으로 가서 산악회 임원진과 행사 준비팀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행사장으로 갔다. 평소 주말등산지로 소문이 난 가산산성은 대구·경북지역의 명산, 팔공산의 줄기인데다가 산줄기의 경사도가 완만해 주말에는 2천여명의 등산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가산산성은 조선조 인조 18년(1640)에 지어졌는데, 해발 901m에 있는 석축산성이다. 먼저 성벽의 둘레가 약 4㎞에 되는 내성을 쌓은데 이어, 숙종 26년(1700)에 외성을 축성했던 것이다. 원래 이 산성을 쌓게 된 것은 임진왜란을 겪고 난 후에 앞으로 전란에 대비해 군사적인 요충지마다 새로운 산성을 구축하자는 의도에서였다고 한다.

 

드디어 팔공산 자락아래서 시산제 행사가 시작됐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미래지식포럼 총동창회 산악회 회원들이 자리한 가운데 임홍규 회장이 제주가 돼 ‘시산제 축문’을 읽어내려 간다.

▲ 산악회원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시산제    ©브레이크뉴스

 

‘유세차 병신년 이월 열사흘 날, 저희 『대구가톨릭대학교 미래지식포럼 총동창회 산악회』 회원 일동은 팔공산에 올라 삼가 산신님께 고하나이다. 천지신명(天地神明)이시여!  산신(山神)님이시여!


지난 한해 저희 산악회가 전국의 여러 산을 등정하면서 회원들이 자연이 주신 은혜를 받으며 호연지기를 키우고 나라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여러 산들을 다니면서 자연이 허락하심에 아름다운 산하를 마음에 새겼는바, 우리 미래포럼산악회 회원들의 무사안전을 보살펴주신 이 땅의 산신님께 그  고마운 마음을 담아 오늘, 경건하게 제를 올리나이다.

 

올 한 해도 산을 찾을 때마다 좋은 하늘과 땅을 열어주게 하시고, 회원들이 아무 사고없이 산행을 하고, 귀가할 때까지 안전을 보살펴주소서. 또 바라옵나니, 저희 산악회 회원과 가족 모두가 건강한 가운데, 올해 소망하는 모든 일들이 성취되고, 보람 있는 한해가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우리들에게 더욱 돈독한 의리로 인간관계가 맺어지고, 형제애로 발전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고, 우리 『대가대 미래포럼 총동창회  산악회』의 무궁한 발전을 비는 간절한 바램을 들어주소서. 여기에 우리회원들이 정성으로 준비한 술과 음식을 바치오니, 산신님은 제물을 받으시옵소서.

서기 2016년 병신년  이월  열사흘 날.『대구가톨릭대학교 미래지식포럼 총동창회 산악회』  임홍규 회장 외  회원 일동’

 

임 회장이 읽는 축문 소리는 겨울바람을 타고 주변 산골짜기로 흩어진다. 정성들여 준비하고 행사한 산악회의 시산제이니 팔공산 산신이 다 듣고 그들의 염원을 분명 들어주리라 생각해본다. 그 렇게 생각하면서 필자는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경건한 마음으로 가족의 행복과 더불어 이웃과 나라의 무사안녕을 기원해본다.    

 

이어진 행사는 특별 행사로 축시 낭송과 영무 춤이다. 이번 시산제를 더욱 의미 있고 보람되게 하기 위해 필자가 쓴 시산제 헌시, ‘아름다운 이 땅의 산하에서’라는 시를 직접 낭송했다. 

 

‘새해 들어/ 명산을 바라보며/ 시산제 드리는 오늘,/ 늠름한 팔공산의/ 아름다운 기슭에서/ 하늘과 땅이 열림을/ 만인들이 기뻐합니다.//

 

팔공산의 저 기상은/ 가까이로 흘러드는/ 낙동강, 금호강이 있어/ 더욱 유명하거늘/ 하여 ‘요산요수’란 말의/ 진면목을 새기며/ 여기에 섰습니다.//


일찍이/ ‘사랑과 봉사’라는/ 이념으로 창학하여/ 지역의 명품교육 요람지로 거듭난/ 대구가톨릭대학교의/ 마음 따뜻한 인성교육은/ 자연의 순리를 따름이지요.// 
       
그 정의 속에서/ 자연의 지혜를 배우고/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진
/ 미래지식포럼 총동창회 산악회/ 여기에 모인 회원님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요산요수(樂山樂水)의 가르침대로/ 산이 좋아 산에 오르는 자,/ 정말 넉넉한 산(山)사람들입니다.//

 

산을 좋아함은/ 산처럼 꿋꿋하고/ 중후하다는 것이니/ 인간사에서 의리를 중시하며/ 열심히 살아온 회원들이/ 마음을 다잡고/ 산신님께 기원합니다.//

 

본시, 오늘 시산제에서/ 산신께 올리는 이 경건함은/ 올 한해에도 너그럽게 받아주시고/ 회원들의 무사안녕을 비옴이니/ 평소에 자연을 경외하며/ 열심히 살아온 회원들인지라/ 그 소망이 이루어지이다.//

 

산악회 회원들이여!/ 부디 바라노니/ 형제애 같은 마음으로/ 의리를 중히 여기는 회원 되소서./ 아름다운 이 땅의 산하(山河)에서/ 자연의 지혜를 마음에 새겨/ 보람 있는 한해를 열어가소서‘// (졸시, ‘아름다운 이 땅의 산하에서’ 전문) 

 

이어서 특별공연은 인간문화재 하용부 선생의 춤사위다. 하용부 선생은 경남 밀양의 명무(名舞) 하보경 옹의 종손으로 태어나 5살 나던 어린 시절부터 양반춤, 범부춤, 북춤 등을 전수 받았으며, 2002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 68호 예능 보유자로 지정돼 현재 밀양북춤의 대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명인이다. 

 

춤이 시작되자 주변이 조용해진다. 영무(靈舞)는 춤을 통한 인간 자신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 제의(祭儀)적 내용이 담겨진 춤이다. 춤에 묻어나는 의식은 조금 전 미래지식포럼 산악회 회장이 올린 축문의 소망과 같은 맥락이다. 팔공산 산신을 비롯해 전국 금수강산의 산신들에게 입산을 허락해주어 감사하다는 표현과 함께 회원들의 무사안녕을 비는 춤사위라 할 수 있다.

▲ ‘몸짓의 시인’이란 별호를 갖고 있는 하용부 명인의 영무 춤사위   ©브레이크뉴스
▲ 시산제    ©브레이크뉴스

 

하늘이 흐리고 산안개마저 잔뜩 낀 날씨라 신비함마저 우러나온다. 그 분위기속에서 하용부 선생의 춤이 시작된다. ‘몸짓의 시인’이란 칭호에 맞게 날렵한 몸놀림으로 영무 춤을 춘다. 어깨선을 따라 부드러운 손을 하늘로 치켜세우고서는 발을 주춤주춤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는데 절로 신이 난다. 겨울바람도 하용부의 열정 춤사위를 짓눌렀는지 잔잔하고 주위가 조용하기만 하다.

 

▲ 손경찬  시인   ©브레이크뉴스

명인의 춤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진지함을 느끼게 하고 마음속의 감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시산제에서 산신을 위무하는 영무이니 산악휴ㅚ원들의 표정에서도 경건함이 가득 묻어난다. 밀양춤의 대가 하용부 선생의 영무가 끝나자 회원들과 주말 등산 나온 산행객들이 박수가 쏟아진다.

 

이제 공식행사는 끝이 났다. 행사 장소 정리가 마무리 되면 산악회원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자연의 지혜를 배우며 산을 오를 것이다. 산이 좋아 산행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올해 산행하면서 무사안녕을 비는 시산제는 의미가 크다. 산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지니고 있는 필자로서도 시산제의 의미를 다시한번 새겨보면서 자연의 지혜를 본받으려한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많은 산행객들이 가지는 자연숭배사상에서 연결되는 자연사랑, 더불어 자연의 지혜를 배워 더 나은 인간관계를 통한 자신의 삶의 건강성을 다지며 행복을 찾는 행동이 아니겠는가 생각하며 가산산성과 저 멀리 팔공산 쪽을 바라다본다.

 

산안개가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면서 신비감으로 내게 다가와 심신은 물론이고 영혼마저 경건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미포총동창회 산악회의 시산제 행사를 마치면서 필자는 다시한번  가족의 건강과 화목, 모든 이웃들의 행복을 빌었다. 이와 함께 대북문제로 사회가 어려울 이때에 국민들의 화합과 강녕을 기원해본다.    
yejuson@hanmail.net 

 

*필자/손경찬. 칼럼니스트ㆍ수필가ㆍ대통령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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