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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해변에 실려 온 시리아 소년의 고요한 모습은 지상에 찍힌 강렬한 쉼표였다. 무례함과 야만, 살육의 냉혹함으로 거칠어진 지구행성이라는 거대한 채스판을 쓸어내리고 하늘은 새로운 전열을 시작한다. 이미 성벽도, 기사도, 추기경도, 인간이 정한 전통적 채스 룰도 무용한듯하다.
붉은 수퍼문, 고대로부터 무수한 예언가들이 계산하고 두렵게 점찍었던 2015년 9월28일, 뉴욕, 한 곳에 모인 선지자와 미소 짓는 세상의 왕들만으로도 신의 채스판은 묘한 긴장감과 함께 광채는 극대화 된 듯하다. 포장되었든 진실이든 평화는 인류에 허락되어야할 가장 아름답고도 신성한 가치이다. 그 곳에마저도 유일하게 드리운 직접적 그늘이 한반도의 분열이었고 북한의 핵문제였다.
얼마 전 까지는 이란의 핵문제가 첨가 되었었다. 이란은 비록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빠졌지만 미국을 비롯한 중요나라들과 핵 협정을 맺었다. 일본이 이제 다시 군화를 신을 수 있는 법을 통과 시키고 중국과 전함으로 대치하고 있는 남중국해와, 여전히 이스라엘과 이란의 영적, 육적 전쟁위기, 속수무책인 북한, 그리고 내분으로 시작해 외침으로 무참히 파괴되고 있는 ‘아일란 쿠르디’ 작디작은 소년의 조국 시리아, 지난 해 예견했던 헨리 키신저의‘ 아시아를 배회하고 있는 전쟁의 유령’은 지금 어디를 배회하고 있는 것일까? 이 분쟁의 나라들과 함께 특히 우리 한반도의 위험스런, 그리고 유일한 민족 분단은 예언가들에 의해 신의 계절로 불리운 ‘핏빛 달’의 2015년 9월, 뉴욕에 모인 지구 행성의 왕들과 그들의 제국들 모두와 결코 무관하지 않게 인드라의 그물처럼 얽혀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가벼운 차림으로 9월의 저녁 백악관을 산책했다. 그들은 현 시대의 지상의 모든 중요 문제를 논의할만한 최강대국의 지도자들이었고 그래서 그 강한 남자들의 3시간 달빛 산책은 지구상의 내일을 예단할만 하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일본의 영토분쟁이지만, 한반도의 평화 문제는 그들, 이 세상의 G2에게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이 예민한 부분일 수 있다.
당연히 우리는 평화통일을 원한다.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 문제는 잠시 예민한 시각들이 있었지만, 담대한 베이징행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주체를 더욱 확연히 자리매김한 용기였고,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가져왔다. 이는 지난 수 년 동안 주변강국들에 의해 사태가 결정되는 듯 보일수도 있는 그런 형태가 아니라 우리가 주체가 되어 방향을 정하고 북한과 대화하고 그리고 주변국의 실질적 도움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정당하고도 정중하게 요청하는 상황으로 확실히 바꾼 성과로 볼 수 있다.
지난 70년간 우리 국민의 염원은 한반도가 다시 피 흘리는 전장이 되지 않는 평화적 통일이다. 그간의 노정은 암담했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남, 북이 함께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새로운 문을 열고 길을 터야한다. 산사는 산사대로, 사랑의 교회 , 에스더 기도회 등, 교회는 교회대로 수많은 국민들이 매 주 평화통일을 서원하고 기도하고 있다.
언론은 이미 통일 후의 광대한 길을 미리 달려보고 있고, 기업들은 각종의 확산된 계획들을 부푼 가슴으로 검토하고 있다. 청년들은 환상을, 노, 장년들은 꿈을 꾸고 있다. 한반도는 현재 지상에서 가장 위험한 한 곳일 수 있지만, 그만큼 지정학적으로나 영적으로의 역활이 우리가 사는 지구의 허브일 수 있다. 어쩌면 신께서 마지막까지 숨겨둔 지구 평화의 열쇠는 바로 마지막 분단국인 우리 한반도일지 모른다. 이 시대에 가장 뜨겁게 전 세계로 뻗어있는 영적 그물망의 근원지는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음모론과 마지막 때의 예언들과 그래서 어느 때보다 강렬했던 기도들의 뜨거움으로 신령한 공기마저 감돌던 2015년 9월은 이제 무수한 9월처럼 몇 개의 소묘와 잔상을 남긴 채 사라져 간다. 그러나 신의 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예언가들이 계산한 시간은 하늘의 캘린더와 맞지 않았다. 신의 채스는 신의 뜻대로 여전히 별들을 운행하며 역사를 주관하며 진행될 것이다. 다시 제국들과 왕들의 배역은 배당되었고 9월,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지금은 네 귀퉁이의 바람을 천사들이 붙잡고 있는 중일 뿐이다.
지식이 빠르게 전파되고 인류의 예지는 다양한 영감을 지니게 되어 음모론은 결정적 한 점에서 벽에 부딪친다. 시공간을 균열시켜 차원의 문을 뚫고 카오스의 상태를 만들거나 외계인적 홀로그램으로는 이미 신비감은 물론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소한 평화와 사랑의 거룩한 실체로서 확실한 혈통과 인류 공통의 경배가 필요하다. 누가 그런 왕 중의 왕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음모론에 불과할지라도 준비가 미처 되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타천사, 그 멸망의 왕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다만 제국과 인물의 배역만이 정해진 상태일 것 같다. 어쩌면 신의 마지막 시간표에서 그 모든 것 이전에 한반도의 평화 통일이 먼저 오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바람을 붙잡게 하신 이의 계획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핏빛 달이 뜨는 9월의 마지막 즈음, 지상의 가장 강한 두 남자의 달빛산책에 그들의 영혼이 더욱 겸허하고 맑아지기를 기원하며 평화와 사랑의 세상을 기대하고 싶다. inioh@naver.com
*필자/오정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