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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해는 ‘혼용무도’ 아닌 ‘공명법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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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한해가 또 그림자를 드리우며 역사 속으로 넘어간다. 언제나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아쉽지 않았던 때가 없었지만 올 한해는 유난히 이슈도 많고 할 말도 많았던 역사에 기록될 을미년이었던 것 같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마치 전쟁터 포화 속에 강을 건너기 위해 걸쳐놓은 부교 같아서 언제 끊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혼란한 정국이다. 요즘 일각에서 비상시국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정말 그러한 시국일진대 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가진 철학과 언행은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덕목이어야 하고 또 이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역사가 준엄하게 평가할 것이다.


우남 이승만은 6.25 발발 사흘 만에 자신이 대전으로 몸을 빼내 간 사실을 숨긴 채 언론을 통해 국군이 북진 중이라고 호도했다. 서둘러 한강다리를 폭파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자 그 책임을 공병 책임자에게 물어 사형을 집행했다.


논란이 끝나지 않은 세월호 사건에서도 선장과 승무원들이 황급히 자신들의 몸만 먼저 빼내고 남은 승객과 어린 학생들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그 때나 지금이나 책임져야 할 위정자와 국민들 사이엔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또 잊을 수 없는 일이 메르스 사태다. 국가가 마땅히 알려야 할 것을 숨기고 알리지 않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해 국민은 불편과 고통을 겪었고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일이다. 영문도 모르고 감염된 시민들은 이름대신 수인번호처럼 몇 번 감염자라는 번호로 불리며 격리 또는 수용되었고 38명이나 되는 사망자 중에는 가족도 임종하지 못한 채 눈을 감은 아픈 사연도 있다.


왜 자꾸 감추려고만 하는지…… 책임을 져야할 자리에 앉았으면 마땅히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도 아름다운 덕일 텐데……. 그 와중에 애꿎은 백성들이, 어린 학생들이 희생된 것이다. 그러나 책임질만한 자리에 있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지난 12월 14~16일 제1차 세월호청문회를 열어 놓고도 공중파 방송 어느 한 곳 생방송하는 데가 없었다. 또 그 사고의 책임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하는 답변은 하나같이 힘없는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는 변명으로 일관한 부끄러운 군상들이었다.


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언론은 과연 살아 있는 것일까?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들 또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제대로 알려주고는 있는가? 무엇을 움켜쥐고 감추려고 하는 것일까? 그럴수록 국민들은 더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볼 텐데…….


정치는 보여줄 것만 보이고 흑막 뒤에서 하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치부해야만 할까? 그러나 우리 사회의 폐단이 정치부재에서 그치는 것만이 아니다.  거기에 줄을 선 기업하는 사람들, 권력을 집행하는 이들, 법을 잣대로 판단하는 분들…… 어디 하나 믿고 생선을 맡겨둘 데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부패한 사회가 틀림이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남상호 위원이 OECD 국가를 대상으로 국민복지수준의 국제비교에 관해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14년 우리나라는 34개 회원국 중 국민행복 지수 33위, 부패인식지수도 27위 머무르고 있다. 그뿐인가 정정당당해야할 스포츠의 세계까지 승부가 조작되고 게다가 변함없는 진리를 추구해야 할 원로학자들도 곡학아세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극히 순수해야 할 예술계도 위작논란에 얽히고 설켜 정말 이 사회가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4대강이 덩달아 오염되어 가고 있어서인가 이 사회 어디서 맑은 물을 찾아야 할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한다. 정작 그건 ‘물이 없는 갈함이 아니요 진리를 듣지 못한 목마름’이라고 구약성서 예언서가 말한 그대로 이 땅에 참과 진실이 정녕 말라버린 때문이리라.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4자 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다.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 그리고 세상이 어지러워 바른 도가 서지 못한 시국을 빗댄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1년은 자기만 듣지 못하면 남도 듣지 못하는 줄 알아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엄이도종(掩耳盜鐘), 2012년은 온 세상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부패해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거세개탁(擧世皆濁), 2013년은 어긋난 길도 아랑곳 않고 간다는 도행역시(倒行逆施), 지난 해 2014년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듯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을 감추고 본질을 호도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2015년 ‘혼용무도’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그나마 지식인들은 이 시대가 어디로 표류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더 책임있게 소리를 내고 행해야 하지 않는가? 이럴 때일수록 국민은 냉철한 안목을 가져야겠다. 눈과 귀와 입은 바르게 보고 듣고 판단하고 올바른 소리를 내라고 있는 것이다.


어둡고 부패한 세상일수록 그 썩은 것을 거름삼아 새로운 싹을 내고 밝고 깨끗한 세상을 이루려는 갈망도 큰 법이다.


송구영신이다. 이제껏 썩은 것들은 도려내고 새해 모두를 위해 떠오르는 눈부신 태양을 부끄럼 없이 맞이하자. 그리고 정녕 ‘공명법치’의 새날을 꿈꾸자.


원본 기사 보기:브레이크뉴스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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