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브레이크뉴스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285164

북한 외무성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
0
0

견제와 영향력 확대

      

죠셉 푸틴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관 공사는 오전 내내 사무실을 서성거렸다. 오후에는 러시아 외무차관이 평양에 오기로 되어 있었다. 12일의 짧은 실무방문이었다. 처음에는 김정은 제1비서의 예방을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아 외무상을 방문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바람에 일정이 하루 줄어든 것이었다. 대사는 벌써 평양비행장에 나가 준비하고 있었다. 치안유지가 어려워 외국 손님을 받지 못하겠다는 평양당국을 그동안의 인맥을 동원해 설득하여 이루어진 방문이었다. 오늘 따라 평양시내를 덮고 있는 자욱한 안개는 무언가 모를 불안감을 높여주었다.

죠셉 푸틴이 평양에서 공사로 근무한지 4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20대 초반에 김일성종합대학으로 유학을 와서 공부했다. 실무자로 시작해 과장과 참사관을 거쳐 벌써 네 번째 평양의 러시아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김일성에서 김정일을 거쳐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약 30년 이상을 북한문제로 끙끙 앓고 있는 전문가였다. 러시아에서도 그의 실력을 인정하여 일찌감치 공사로 임명을 해주었다. 임기 3년이 넘어섰는데도 북한 상황이 어렵게 되자 조금 더 근무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연구를 하고, 오래 근무를 해도 북한공화국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과장 시절에는 장성택의 제2인자 시대가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고 보고했다가, 한 달도 안 되어 극적인 숙청과 사형을 당하는 바람에 질책을 당하기도 했다. 외교부차관은 바로 그 시절 그의 직속상관인 공사로 있었다. 당시 그는 보고서 내용을 조금 다듬자고 말했었으나, 결국에는 고집이 센 그의 주장을 묵인했다. 참사관 시절에는 김정은 시대에는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지금까지도 북한의 핵은 국제사회의 골칫덩어리로 남아 있었다.

 

▲ 하정열     ©브레이크뉴스

 

지난 달 정기보고서에는 북한의 상황이 불안정하기는 하나 아직은 평양지역의 계엄령이 잘 유지되고 있고 북한군의 동태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어, 김정은체제가 급히 붕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종합의견을 작성하여 러시아 외무성에 보고했었다. 대사는 너무 낙관적인 전망이어서 수정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그의 주장에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 보고서 내용이 계속 그의 목 뒷덜미를 근질거리게 했다. 본인의 눈으로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자 방문하는 외무성차관에게는 어떻게 보고해야 한다는 말인가?

오늘 출근하는 길에서 소규모 시위를 하다가 군인들에게 잡혀가는 평양시민의 결연한 모습을 보았다. 과거에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평양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전 전임자인 차관에게 보고할 문서를 다시 한 번 넘겨보았다. 북한이 중국파인 장성택을 기습적으로 제거한 이후 러시아와 북한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러한 친밀한 관계가 10년 이상을 유지되고 있었다.

 

대사관에는 공사, 이바 노반 국방무관, 참사관과 알렉산도로 졸린스키 러시아 자원개발관리공단 지사장이 도열하여 차관을 맞았다. 차관은 공사의 손을 반갑게 잡으며 포옹으로 그의 호감을 나타냈다.

북한의 상황은 불안정하나, 김정은 정권의 체제붕괴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북한의 핵은 통제가 되고 있다. 북한 군부의 쿠데타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군은 장기간 지속된 비상태세 유지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은 나아질 징후가 희박하다. 러시아의 국가이익은 유지되고 있으나, 앞으로 상황변화에 따라 침해받을 가능성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중국이 국경지역에 병력을 증강배치하고 있어 유사시 진입이 예상된다. 우리도 두만강 국경지역에 병력의 증원배치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공사의 보고를 다 듣고 난 차관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래, 북한 외무상과의 오후 대담과 저녁 만찬에서 무엇을 받아와야 한다고 생각하오?”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외무상은 평양으로 향하는 차관에게 북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북한지역에 투자한 자산과 자원개발권에 대한 보장을 확실히 확보하라는 지시를 했다. 그는 두 시간 후에 있을 대담과 이어지는 만찬에서 그 주제 외에 현장에서 필요한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싶었다.

저는 이번 기회에 중국과 미국이 북한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을 차단해야 된다고 봅니다. 특히 중국은 이번 기회를 동북공정의 호기로 보고 국경지역에 기계화군단을 추진 배치하여, 여차하면 평양지역을 점령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를 차단하고 김정은 정권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을 앞으로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그것은 나도 크게 공감하는 바이오. 이곳에서 바라보는 미국의 상황은 어떻소?”

공사의 건의에 차관은 고개를 끄떡이며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물었다.

미국도 여차하면 북한지역에 군사력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나 중국 중 어느 한 나라가 북한지역에 진입한다면 다른 나라도 군사력을 투입할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고 판단합니다. 우리는 이를 막을 수 있도록 북한의 상황이 조기에 진정되도록 도와야 할 것이고, 유사시에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우리도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 기계화군단을 전진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바 노반 국방무관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참 좋은 의견이에요. 정부차원에서 지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차관은 조용히 말하며 도청은 어떠냐는 표정으로 천장을 둘러보았다.

지난 푸틴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북한에 투자를 확대한 민간기업들은 혹시 사업이 좌절되거나 자산이 몰수되는 것 아닌가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라진항과 철도사업을 추진했던 우리 국영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러시아와 투자기업의 이익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확약을 받아두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사항은 오늘 제가 온 목적 중 하나예요. 확실히 못을 박아야지요. 일본대표부의 동태는 어떤가요?”

알렉산드르 졸린스키 지사장의 말에 차관은 크게 공감하며 물었다.

요즈음 일본 대표부는 몹시 분주합니다. 평양 외곽지역은 물론이고 황해도와 강원도 지역까지 열심히 정찰하러 다니는 꼴이 제2의 청일전쟁을 준비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민간여행객으로 위장한 군인들이 많이 들어와서 곳곳을 쑤시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집단자위권을 빌미로 미국군과 함께 진군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바 노반 국방무관이 나서며 몹시 걱정스럽다는 어조로 답변했다.

요즈음 정부는 유사시 북한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즉 김정은 정권 이후까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지요. 러시아의 영향력은 차기 정권까지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이권은 지켜져야 한다는 확고한 정책을 가지고 있어요. 유사시에는 다음 정권과의 조약과 사업승계문제도 검토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는 않지만, 혹시 다가올지 모를 통일과정의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어요. 따라서 여러분도 정부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행동해주세요.”

차관은 다짐을 받듯이 참석자를 하나씩 천천히 둘러보았다.

차관님! 본부에서 거기까지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도 이곳에서 우발사태와 그 이후까지를 바라보며 차관님의 말씀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사가 헛기침을 하며 각오를 다짐하는 말을 했다.

긴급사태와 우발사태의 조치에도 가능한 본부의 훈령을 철저히 따르되, 시간이 긴박할 시는 선 조치 후 보고하라는 장관님의 지시가 있었어요.”

공사의 결의를 다짐하는 말을 받아 차관이 외무상의 지시를 전달했다.

 

북한 외무성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대담에 이은 만찬자리에서도 외무상을 포함한 북한 쪽 참석자는 웃는 사람이 없었다. 음주금지령이 내려진 것처럼 만찬자리에서 그들이 자랑해오던 들쭉주도 오늘은 없었다. 마지못해 끌러 나온 듯 이쪽의 요구사항을 받아 적기만 할뿐 특별한 요구사항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차관이 중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상황을 나름대로 설명하면서 주의를 환기시킬 때도 큰 반응이 없었다. 북한 관료 특유의 호전적인 모습이 오늘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는 그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지지하며 함께하겠다는 차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고맙다고 말할 뿐, 외교관 특유의 호의적인 반응도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롱초롱했던 북한 외무상의 눈망울도 동태 썩은 눈깔처럼 힘이 없어 보였다. 북한의 위기는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으며, 북한 외무성 관리들이 이를 타개할 능력은 없다고 러시아 외무차관은 판단했다. <계속> hjy20813@naver.com

 

*필자/하정열.시인. 화가. 예비역 소장. 작가.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285164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