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明心寶鑑)이란 책이 있습니다. <명심>이란 명륜(明倫) · 명도(明道)와 같이 마음을 밝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보감>은 보물과 같은 거울로서 교본이 된다는 뜻이지요. 명심보감은 19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불선(儒彿仙)의 복합된 사상을 망라하여 편찬한 책입니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초학 입문용 교재로 손꼽히는《명심보감》은 지금까지도 한국인의 삶과 같이 호흡하는 고전입니다. 간결한 문장 안에 담긴 선인들의 보배로운 말과 글은 인격 수양을 돕고, 나아가 인생의 잠언(箴言)으로 두고두고 읽혀져 왔습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된 현인들의 지혜는 유교 · 불교 · 도교 등의 내용을 아우르고 있어 전통적인 동양 사상의 진면목을 잘 보여줍니다.
어느 한편의 사상에 치우치지 않고 인간의 보편적인 윤리도덕을 강조하고, 인간 본연의 착한 심성을 강조하며, 지족(知足)과 겸양의 덕성을 가져야 한다는 명언은 경세(經世)를 위한 수양서(修養書)이자 제세(濟世)에 필요한 교훈서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원래 이 책은 명(明)나라 범입본(范立本)이 상 · 하 2권에 모두 20편으로 분류한 책입니다. 그런데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제학을 지낸 추적(秋適)이 편찬했다고 전해지는《명심보감초(明心寶鑑抄)》에는 19편이 수록되었다고 전합니다. 그 뒤 여러 이본(異本)이 생겨 편(篇)의 증감이 있었습니다.
주로 한문 초학자가『천자문』을 배운 다음,『동몽선습(童蒙先習)』과 함께 기초과정의 교재로 널리 쓰였습니다. 그 출전(出典)은 경서(經書) · 사서(史書) · 제자(諸子) · 시문집 등 여러 책에서 적절히 취사선택하였습니다.
그 편성순서에 따라 몇 가지 요지를 살펴보면, 계선편(繼善篇)은 착한 자에게는 복이 오고 악한 자에게는 화가 미친다는 굳은 신념에서 선행을 권장하는 옛 금언들을 모았습니다. 천명편(天命篇)은 선행을 해야 모든 일이 순조롭다는 천도(天道)의 증언을 들고 있습니다. 순명편(順命篇)은 생사가 명(命)에 있고 부귀가 하늘에 있음을 들고 분수에 맞게 살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효행편(孝行篇)에서는 부모의 은덕과 자식 됨의 도리를 밝혀 인과론적 효도를 설명하였습니다. 정기편(正己篇)은 일상생활을 항상 반성하고 홀로 있을 때에 행동을 삼가 할 것과, 일에 성의를 다하며 감정을 통제해서 맑고 청렴하며 담백한 생활을 영위해야 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안분편(安分篇)에서는 매사에 자신의 분수를 알아, 무리하고 부질없는 호화로운 향락보다는 실질적이며 정신적 생활을 영위하는 데 만족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존심편(存心篇)은 언제나 겸손하고 남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나, 자신에 대한 지나친 관용은 금하여 끊임없는 자성(自省)으로 후회함이 없도록 노력하라고 하였습니다. 계성편(戒性篇)은 참는 것이 덕이 되니 분노를 누르고 인정을 베풀도록 하라는 내용이며, 근학편(勤學篇)은 어려서부터 부지런히 배워야 할 것을 거듭 당부하면서, 결과적으로 인간의 영달(榮達)이나 그 완성은 전적으로 스스로의 면학에 있음을 일깨우고 있는 것 등입니다.
그런데 서당(書堂)이나 초등학교에서 배웠어야할 이《명심보감》을 부끄럽게도 저는 인생을 졸업할 나이에 읽어보았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읽을 책이 아닙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스스로 읽고 인생의 보감을 삼아야할 그런 책입니다. 그래서 이《명심보감》의 중요한 대목을 간추려 올려 봅니다.
첫째, 남을 무시하지 말라.
강태공(姜太公)이 말하였다.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여 남을 업신여겨서는 안 되고, 자기가 크다고 생각해서 작은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 용기를 믿고 적을 가볍게 대해서는 안 된다.”
둘째, 의심받을 일은 하지 말라.
태공이 말하였다. “참외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야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바로잡지 말라.”
셋째, 힘으로 남을 이기려 하지 말라.
맹자(孟子)가 말하였다. “힘으로 남을 이기려 하면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지만 진심으로 복종한 것이 아니라 힘이 부족해서요, 덕으로써 남을 복종시키려 하면 마음속으로 기뻐서 진심으로 복종하게 된다.”
넷째, 아무리 화가 나도 참아야 한다.
“한때의 분노를 참으면 백 일 동안의 근심을 면할 수 있다.”
다섯째, 남을 해치고자 하면 자신이 먼저 당한다.
태공이 말하였다. “남을 판단하고자 하면 먼저 자기부터 헤아려 보라. 남을 해치는 말은 도리어 자신을 해치게 된다.”
여섯째, 나를 칭찬하는 사람을 조심해라.
공자(孔子)가 말하였다. “나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요, 나를 칭찬만 하는 사람은 나를 해치 는 적이다.”
일곱째,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
공자가 말하였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게 마련이다. 착한 사람한테서는 그 선함을 배우고, 악한 사람한테서는 그를 보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수 있다.”
여덟째, 원수를 만들지 말라. 경행록(景行錄)에 이런 말이 있다. “남과 원수를 맺는 것은 재앙을 심는 것이고, 선을 버려두고 행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다.”
어떻습니까? 이 마음을 씻어주는《명심보감》에 수록된 명언들을 다 올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우리 모두 눈을 씻고 이《명심보감》을 읽고 실행에 옮겨보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