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6 베를린 선언에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과 완연하게 다른 대 북한노선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통일은 쌍방이 공존공영하면서 민족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다.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언젠가 남북 간의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이다. 나와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오직 평화이다”라며, 북한붕괴를 바라지 않는다고 선언 했다. 이 선언의 요체(要諦)는 “▲노(NO) 북한 붕괴 ▲노(NO) 흡수통일 ▲남북 공존공영 ▲오직 평화”이다. 이 선언에 문재인 통합-진보정권이 가고자 하는 대북 정책의 근간이 담겼다고 본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와 그 기관, 그리고 지자체 국민들이 북한을 보는 적극적인 시각교정이 필요한 때이다. 필자는 대북한 주요 정보를 다루는 국가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북한을 상대하고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남한의 언론들은 분단 상황 상 북한의 정보에 아주 어둡다. 남한 언론사 가운데 북한에 특파원을 파견한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북한 정보를 접하는 것은 외신이나 국정원 등 국가정보 기관의 발표에 의존한다. 그러다보니 사실을 담은 뉴스보다는 가공되거나 부풀려진 가짜 정보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이게 남한 언론들의 한계이다.
이명박-박근혜, 9년 2개월에 걸친 대북 발언의 핵심은 '북한붕괴' 였다. 그러나 북한은 붕괴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박근혜 정권이 먼저 붕괴됐다. 북한 김정은의 붕괴보다 먼저 그녀가 감옥에 수감됐다. 북한이 아직까지 붕괴되지 않았다는 것은 국가 수뇌부가 국민에게 알려온 북한 정보가 엉터리에 가까웠다는 것을 보여준 실증인 셈이다.
조선일보 11월3일 자는 "북(北), 핵실험 새 갱도 판다… 제재 버티려 제2 고난행군 가능성" 제하의 기사에서 2일 열렸던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국정원 업무보고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이 신문은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핵 병진노선을 추진해 왔으나 실제로는 핵·미사일 개발에 체제 역량을 집중해왔다'며 '대북 제재가 철저히 이행되면 내년 이후 '고난의 행군' 수준의 경제난이 도래해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고 경제성장률은 2016년 3.9%에서 2018년 최대 마이너스 5%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고 전하면서 “지금까진 각종 대북 제재에도 '그럭저럭 버티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채택된 2건의 고강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와 미국 중심의 단독 제재 조치들이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북한 경제의 숨통을 본격적으로 조이게 될 것이란 얘기다. 국정원이 언급한 '고난의 행군' 기간(1990년대 중·후반) 북한은 극심한 경제·식량난으로 최소 수십만, 최대 300만명이 아사(餓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쓰고 있다.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은 2일 국감장에 나온 서훈 국정원장 등 국정원 관계자들 입에서 나온 말일 것. 이 기사를 들여다보면, 그대로 믿기기 어려운 내용이 들어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분명하게 2016년 북한 경성장률을 “3.9%”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해 남한의 경제성장률은 “2.7%” 였다. 남북 간 GDP 수준 차이는 크겠지만, 그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한국 경제성장률 보다 앞섰다. 북한 경제는 수년 전부터 놀라보게 발전하고 있는 것. 그런데 국정원은 북한경제성장률 전망에서 “2018년 최대 마이너스 5%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고 한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두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북한붕괴'를 말하고 있을 때 북한의 경제가 성장, 지난해 3.9%라는 상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이명박-박근혜, 두 전 대통령의 '북한붕괴'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국가 최고지도자에게 거짓정보를 보고하고 있었을까?
북한 경제의 변동에 관심이 많은 한 지인은 “북한은 이미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던 초기처럼 시장주의-자본주의 시장체제로 이전했다”면서 “모든 북한 인민들이 텃밭을 가꿔먹고, 자본주의식 거래를 하는 장마당이 놀랍게 발전됐다. 북한은 이미 국가기관의 소득 일부를 자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등 개혁-개방을 단행 했다. 김정은 시대 5년은 이미 남한이 생각하는 북한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은 친 러시아 정책을 쓰면서 러시아 정부의 도움을 받아 인민들이 굶지 않고 잘 사는 쪽의 길로 들어섰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아사(餓死)를 언급하는 것은 가짜 정보나 미숙한 분석일 가능성이 높다.
참여연대는 지난 1일 “국정원의 특수 활동비 편성 최소화하고, 국회의 예-결산 통제기능 강화해야” 제하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 시민단체는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2013년~2017년) 매년 10억원씩 모두 40억원 이상의 특수 활동비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에게 정기적으로 상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국정원 예산이 정권 실세에게 전달된 것”이라면서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사 및 그에 준하는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로 이 돈이 목적과 다르게 청와대에 전달된 것만으로도 불법이다. 그런 만큼 철저한 검찰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의 범죄혐의를 밝히는 것과 더불어 차제에 국정원의 특수 활동비 편성을 축소하고,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단체는 “국정원의 특수 활동비를 불법 사용은 이번만은 아니다. 최근에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 군 심리전단에 특수 활동비를 불법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정원 요원들이 써야할 특수 활동비를 엉뚱한데 허비하면서 '북한붕괴'를 말하는 국가의 최고지도자, 그런 국가 최고지도자에게 가짜정보나 보고하는 그런 국정원은 후진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큰 틀의 시각으로 바꿔야 한다. 이미 문 대통령은 ▲노(NO) 북한 붕괴 ▲노(NO) 흡수통일 ▲남북 공존공영 ▲오직 평화를 선언했다. 남한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일컬어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해 왔다. 그렇듯, 문 대통령은 '대동강의 기적'을 말했다. 북한경제가 매년 3-4%씩 성장하고 있는 마당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이 또다시 '북한 인민=굶어죽음(아사)'을 말하는 것은 가짜정보일 수 있다. 국정원은 가짜정보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심리전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배포하는, 구습을 되풀이하는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남북공존공영의 미래로 나아가시라!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비록 중앙정보부-전3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