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한-러 정상회담. 문재인(왼쪽)-푸틴 한러 정상. ©청와대 |
필자는 가끔씩, 서울역 고가도로였다가 걷는 도로로 환생한 서울로(공중다리)를 걷는다. 사무실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어 아주 가까운 곳이다. 그래서 이 공중도로를 수시로-자주 걷는다. 뉴욕에서 동경에서 북경에서 온 관광객들과 이 도로에서 자주 마주친다. 국제적인 도로로 탈바꿈 했다. 올해 개통했으니 신생도로나 마찬가지이다. 누가 고가도로가 걷는 도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이나 한 일인가?
차가 다니는 고가도로를 인도(人道)로 만들어 사람들이 걷고 있으니 이 일대가 천지개벽(天地開闢)이 됐다. 이 도로를 걸으면서 천지개벽을 묵상(黙想)한다. 이 도로를 걸으며, 한국 철도가 대륙으로 재진출하는 가까운 미래를 상상을 하면, 가슴이 마구 뛴다.
이 거리의 중간쯤에서 서울역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분단 이전에는 서울역에서 출발한 한국철도가 중국대륙과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달렸었다. 이 도로를 걸으면 가슴이 아파온다. 6.25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서울역 역사는 비운(悲運)의 역이다. 분단 이후 북으로 가는, 평양-북경-모스크바-유럽의 파리로 가는 열차표를 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가 한국과 외교관계가 수립돼 있어 이들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불원간 한국철도의 대륙진출이 허용되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가까운 미래에 남북이 합작, 한국 철도가 평양을 거쳐 모스크바 북경, 파리로 내달릴 날이 올 것이다. 심장이 콩콩 뛴다. 목포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서울역을 거쳐 평양-모스크바-북경-파리로 갈수 있는 날이 곧 열리리라고 생각하니. 그러하니 심장 뛰는 소리가 안 들릴 수 있겠나! 민족 대통합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이 감지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일이다.
그런 날이 오면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몸을 실을 수 있으리라. 서울역 공중도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서울역. 이 역사에서 기차 탑승권을 끊은 후 대륙행 기차에 올라 타 대륙으로 내달릴 수 있으리라.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유럽의 모스크바와 아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잇고 있다. 총 길이 9,334km.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가까운 거리란다. 이 철도를 타고 달릴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도란 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서울로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역사. ©브레이크뉴스 |
이미 한-러 간에는 한국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대화가 오가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렸던 9.6 한-러정상회담에서 한국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문제가 논의됐다. 한-러정상회담의 확대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러 경제공동위원회 결과를 보고받았는데, 한‧러 경제공동위에서는 한-유라시아 FTA 추진을 위한 한-러 공동작업반 구성에 합의한 것. 러시아 측이 한-유라시아 FTA를 적극 지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가스관, 전력망, 한반도 종단철도(TKR)-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한 협의 채널 재개 및 공동연구 수행 등을 진행키로 합의했다. 한-러는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생긴 것부터 깡다구 있게 생겼지 않나! 향후 5년, 푸틴 대통령 재임 시대에 한-러 간의 합의가 이뤄지기를 고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러정상회담 차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동방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한국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우리 한국인의 역사와도 함께한다.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종황제의 특사 이준이 이 열차를 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이 이 열차를 타고 베를린까지 갔다”면서 “우리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연결은 유라시아 대륙과 해양을 이어주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단 전 한민족은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 살았다. 또는 중국 연변 등 일대에 살았다. 지금도 한글을 사용하는 민족이 유라시아 일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고토(古土)이다. 옛 영토-문화영토와 연결되는 한민족 르네상스 시대가 눈에 아른거린다. 한민족에게 있어 20세기는 질곡의 시대였다. 일제식민시대-6.25 전쟁-분단이라는 아픔을 참아내야 했다. 경제부흥을 위한 힘든 노동을 견뎌내야 했던 긴 세월이기도 했다. 간절하게 꾼 꿈은 꿈일지라도 결코 잊혀 지지 않는다. 남북한 철도연결은 한민족의 큰 꿈이었다. 꿈은 언젠가 현실이 된다.
서울역 공중다리를 걸으며 아주 가까운 미래를 상상한다. 한국철도가 대륙으로 달리는, 그런 다가올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 즐거운 상상이다. 그런 시대가 오면 IQ 세계 일등 민족인 한민족의 화려한 부활시대가 오리라 확신한다. 발걸음도 가볍다. 뚜벅 뚜벅 걷는다.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이 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와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100년의 문을 여는 대통령이었으면 한다. 문 대통령은 '대동강의 번영'을 말했다. '민족공생공영'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 그의 말대로만 된다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사사로움에 치우치지 말고 남북을 아우르는, 새롭게 열리는 유라시아 공동체로 진전하는 '천지개벽의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의 말미에 필자가 쓴 '꿈꾸는 서울역'이란 시를 소개한다. “누군가를 만나려는 설레임으로/발걸음이 분주한/서울역은 기다림의 역//말없이, 보채지 않고/오래오래/미래를 사색하는 역//어느 날인가, 오긴 꼭 오겠지//평양으로 내달릴/그날을 그리워하며//북경으로 유럽으로 모스크바로/달려갈 그날을 기다림하며//새벽이 부시시 눈 뜨는 미명에도//며칠 밤낮을 달려볼 수 있는/대륙횡단의/꿈에 젖어있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